[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처리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일정 부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25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이 회장·삼성물산(20.76%, 19.34%)→삼성생명(8.51%)→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부회장의 경우 삼성물산의 지분 17.0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5.01%)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다만 이 회장의 별세로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 가운데 일정 부분을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이 흡수해야 현재의 지배구조 연결 고리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올 상반기 기준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0.06%에 그친다.
변수는 삼성생명법이다.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삼성생명법의 핵심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규제하는 보험업법의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현행법상 금융사들은 계열사 주식을 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보험사에 한해서만 금융당국이 감독규정으로 주식 평가액 산정을 취득원가로 해주고 있다. 이를 시가평가로 바꿀 경우 3%룰을 적용 받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이 법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5억816만주(지분율 8.51%)를 보유하고 있다. 1980년 당시 취득원가 기준으로 주당 1000원대로 약 5440억원 규모다. 삼성생명 자산이 309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할 때 총자산의 0.1% 수준에 그친다. 3%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가로 평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기한인 7년 안(매각까지 유예기간 5년, 금융위 승인 시 추가 2년 부가)에 20조원 넘게 처분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삼성화재는 3조원 안팎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한다. 매각 차익에 따른 4조~5조원 수준의 법인세도 따로 부담해야 한다.
이 법이 현실화하면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고리(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에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 역시 그룹 내 위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삼성생명 지분 확보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19.34%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삼성문화재단(4.68%)과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의 우호지분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