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KB證, '라임 사태 중징계 유력' 박정림 사장 거취 불투명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연초부터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최고 실적을 시현, CEO로의 역량을 입증한 이들은 연임 전망이 밝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 업계 전반에 여전히 파장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발(發) 이슈가 암초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는 KB증권의 박정림(WM부문)·김성현(IB부문) 사장과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사장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최현만·조웅기 미래에셋대우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 이현 키움증권 사장 등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주요 증권사 10곳 가운데 9곳은 올해 3분기 최대 실적 행진을 펼쳤다. 6곳이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올 3분기에 갈아치웠고, 3곳은 그동안의 3분기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경에서 '동학 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유입한 점이 주효했다.
통상 호실적을 이끈 CEO는 연임이 긍정적으로 전망되며, 앞선 선례에서도 나타났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CEO는 최고·최종 의사결정자로서, 기업의 가치가 극대화되도록 경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CEO가 회사의 양호한 실적을 이끌었다면 연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증권 수장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한 2084억원을 냈다. 활발해진 주식거래에 따른 호조가 '역대급' 실적으로 이어졌다. 성과만 봐선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KB증권이 최악의 사모펀드 사고인 '라임 사태'에 연루된 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 펀드 판매사인 KB증권 CEO인 박정림 사장에 '문책 경고'를 내렸다. 앞서 예상됐던 '직무정지'에서 한 단계 감경됐지만, 향후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는 점에서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 같은 제재안은 추후 금융위원회를 거쳐 확정되지만, 제재심에서의 원안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사모펀드 이슈에도 KB증권은 깜짝실적을 냈지만, 한편으론 수장 연임에 암초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1년 이상 시장에 우려 요인이 되고 있는 라임 사태와 관련, 중징계가 유력한 CEO의 거취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며 "물론 KB금융지주도 금융당국의 중징계 제재에 반발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연임을 결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성현 사장은 '호주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 '주의적 경고'로 완화된 제재를 받으면서 연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지주 입장에서도 두 수장을 한 번에 교체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사장도 옵티머스 펀드 관련 이슈가 있지만, 호실적과 더불어 DGB그룹과의 협업, 노조 갈등 봉합 등 성과에 보다 높은 평을 받는다.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 임기가 끝나는 주요 증권사들의 거취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다방면에서 선전하며 업계 최초로 세전이익 1조원(연간) 달성을 목전에 둔 미래에셋대우는 연임 가능성이 매우 밝다. 여기에 경쟁사들과 달리 사모펀드 관련 이슈에서도 한 발 물러서 있는 점도 기대를 높인다.
대형사들을 압도한 실적을 거둔 키움증권 역시 긍정적이다. 키움증권은 올 3분기 3555억원의 영업이익과 263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배 수준으로 급증한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3분기 누적으로는 역성장했지만, 1분기 대규모 적자 여파를 딛고 반등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외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역시 수장 연임이 낙관적으로 점쳐지고 있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대형 악재에도 괄목할 실적을 이끈 점은 CEO로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다"며 "다만 사모펀드 등 금융사고 논란의 정점에 선 곳이라면, 호실적이라는 성과가 무색해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CEO들의 내부통제 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