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만기연장 3월 종료···연착륙 방안 고민
개인 공매도 참여, 전문투자가에 허용 검토
사모펀드 40% 점검 완료···내년 1분기 완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관련해 코로나19 위기대응과 가계부채 안정화, 서민피해 방지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3가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목표 추진 과정에서 상충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2~3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점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은 위원장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온라인 송년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자금지원과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근본적인 대출방안을 마련하는 것, 그 과정에서 서민들이 '내집마련 불가' 등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도록 지혜를 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취약계층에 자금공급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세 가지를 동시에 하는 아주 어려운 숙제를 저희가 안고 있는데 내년 1분기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만들 때 다 포함해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또 "다만, 대출 증가율을 월별로 보고 일별로 보면 세 가지 목표를 다 맞출 수 없다"며 "좀 긴 호흡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볼 때도 다른 때는 1년 단계로 봤는데 이번에는 2~3년 정도의 호흡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강화에도 가계대출이 최대치로 치솟고 있어 대출정책 전면 수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은 위원장은 "정책을 일희일비하고 가계대출이 너무 늘었네, 줄이네, 서민대출에 대해 늘려야 하네, 이렇게 하는 것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정책을 수정하진 않고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는 목표 속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조금 (대출규제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인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서는 "(조치가) 내년 3월이 됐든 언제가 됐든 딱 끝났을 때 바로 그 다음날부터 정상화되는 게 아니고 적응할 수 있는 일정 시간을 두는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조치가 종료되는 내년 3월 이후 부실기업이 대폭 증가해 금융권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같은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은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내년 1월부터 금융권‧산업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이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금융지주사에 배당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배당은 주주가치나 자본시장과 밀접돼 있고 자율 결정사항이라서 개별 회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코로나19 만기연장 등 부실 이원화 지적이 있어서 충당금 충분히 쌓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왔고, 지금 금융지주사들 스트레스테스트 진행중인데 결과를 고려해서 적정하게 배당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모펀드 사례 처럼 투자경험이 있거나 자산이 있거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투자가들한테 우선적으로 허용하고 (범위를) 넓혀가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제한적이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데 대한 답변이다.
은 위원장은 "개인투자자들 중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니까 개인들도 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가 있고 한쪽에서는 오히려 능력 없는 개인들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이런 두 가지 목소리가 있다"며 "저도 약간은 후자쪽에 가까운데 관리자의 입장만 볼 수는 없고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되, 전문투자가한테 일단 허용하고 넓혀가든지 하는 타협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불법공매도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가들나 증권업계에서는 몇푼 벌겠다고 감옥 갈 생각을 하겠느냐, 할 정도로 아주 센 법·제도를 한 것으로 저희는 이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부터 돌입한 사모펀드·사모운용사 전수조사와 관련해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는 지난 12월 4일 기준 40% 점검이 완료됐고 내년 1분기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사모운용사는 고위험, 요주의 운용사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11월 말까지 17개 검사를 완료했고 혐의가 있는 일부 운용사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필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경영과 관련해 권한과 책임 간 불균형이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금융지주가 대주주로서 자회사 경영을 관리하는 것 자체를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회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안된다"며 "금융지주사 회장의 책임성 제고를 위해 추가 법률 개정 수요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가 실손보험료 20% 인상 방안을 검토중인 것과 관련해선 "보험료는 당연히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될 사항"이라면서도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800만명이 되다보니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공공적인 성격도 감안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업계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