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지난 5월 정부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14조2000억원 규모 1차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30%만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이 기존 지출을 대체하면서 소비진작 효과가 작아진 것이다. 향후 추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피해계층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행정안전부가 의뢰한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지난 5월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민간소비 변화, 경영안정효과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KDI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금을 더하면 지원금 규모는 총 14조2000억~19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매출 변화 파악이 어려운 상품권·선불카드를 제외한 규모는 11조1000억~15조3000억원이고, 이 중 4조원이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투입재원 대비 약 26.2~36.1%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이 월급을 저축하고 이전소득을 지출하면서 실제 소비 진작 효과는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대면접촉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내구재·준내구재·필수재에서 매출액 증대 효과가 컸지만 코로나 타격을 직접 받은 대면서비스업·음식업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5월 첫째 주부터 8월 둘째 주 기간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내구재·준내구재의 매출액 증대 효과는 10.8%p, 필수재는 8.0%p인 반면 대면서비스업은 3.6%p, 음식업 3%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피해가 큰 대면서비스업은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미미했다"며 "감염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업종의 소비활성화 정책은 방역 정책과 상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DI는 재난지원금의 70%는 채무 상환, 저축 등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봤다. 재난지원금이 사용기간·사용처가 제한된 소비쿠폰 형태로 지급됐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필요한 소비를 하고, 원래 자신의 소득에서 지출하려던 부분은 빚을 갚고 저축하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상황에 대비, 경제 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분석해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