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악재·모멘텀 충분"vs"의사 결정자 부재 리스크"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일제히 휘청였던 삼성그룹주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향후 그룹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영향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업황 호조로 인한 실적 모멘텀에 따라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요 의사 결정 주체인 총수 부재에 따른 불활실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2000원(2.35%) 오른 8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초반 약세 흐름을 유지했지만, 이내 상승 반전한 뒤 장중 오름폭을 늘려나갔다. 지난 11일 사상 최고가 경신 후 줄곧 내리막을 탄 뒤 엿새 만의 상승 마감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도 전날(-6.84%) 급락을 딛고 0.70% 올랐다. 이외 삼성SDI(3.68%), 삼성증권(3.20%), 삼성엔지니어링(3.03%), 삼성중공업(1.48%), 삼성생명(1.40%), 제일기획(1.50%) 계열사들도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 급반등으로 이어졌다. 전장보다 0.88p(0.03%) 내린 3013.05에 출발한 지수는 장중 오름폭을 가파르게 확대해 나가며 2.61% 급등, 3100선 목전까지 다다랐다. 전날(-2.33%)의 낙폭을 모조리 만회했다.
전날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 소식이 전해진 이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하지만 그룹주 전반적으로 하루 새 뚜렷한 반등을 이루면서 시장에선 안도하는 한편, 향후 주가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악재가 단기에 그칠 뿐, 향후 상승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면서 실적 등 중장기 펀더멘털에는 변함이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이 부회장이 구속된 후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나타낸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된 2017년 2월 17일 189만3000원(액면분할 전)이던 주가는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2018년 2월 5일 239만6000원을 기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심리적 측면에서 잠시 영향을 받겠지만, 결국 실적 모멘텀에 따라 주가가 흐른다는 점이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발표될 1분기 실적이 총수 부재 이슈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란 설명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당시 삼성전자의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는 본업 가치를 따라갔다"며 "현재 주가 레벨이 과거 대비 높기 때문에 변동성이 더 높을 가능성은 있지만, 영향력은 점차 경감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총수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 총수가 없다고 해서 기업가치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대규모 반도체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의사 결정하는 주체가 부재한 점이 시장에서 어떻게 인식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상속세 납부 및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분할, 합병, 매각 등 인위적인 지배구조 재편논의는 당분간 표면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식시장 상황과 기업 펀더멘털에 근거한 투자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