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주택임대사업자가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이전 임대료의 5% 이상 올릴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당초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법 개정 전에 이뤄진 계약에 대해서도 전월세상한제, 즉 '5%룰'이 적용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임대사업자들의 줄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대한주택임대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전세 보증금 인상폭을 두고 세입자와 갈등을 겪던 집주인인 임대사업자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A씨 요구대로 전세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서울의 한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2018년 12월 세입자 B씨와 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고 이듬해 1월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A씨는 작년 12월 전세 만기를 맞아 재계약을 앞두고 보증금을 3억원 올리겠다고 했고, 세입자는 5%룰을 거론하며 2500만원만 올릴 수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 조정 결과 A씨가 보증금 3억원 인상안을 관철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법원이 어떤 취지로 5%룰을 깨는 조정안을 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파급력이 있는 사안이어서 주택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국토교통부의 해설집이 법을 무시한 엉터리 내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새로운 법 시행 전 이뤄진 기존 계약에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인 5%룰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때 등록 임대 사업자든 일반 임대인이든 모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임대 사업자라고 해서 특별히 예외적으로 5%룰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각종 세제 혜택을 보는 임대 사업자라면 더욱 5%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등록 임대 사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아닌 민간임대특별법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따로 관리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간임대특별법은 원래 기존 임대차 계약이 있더라도 임대 사업자로 등록한 후 맺는 첫번째 계약을 최초 계약으로 인정해주다 2019년 10월 개정되면서 기존 계약을 첫 계약으로 보고 있다.
민간임대특별법만 보면 A씨 사례는 5%룰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정식 판결이 아닌 조정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민감한 사안인 5% 룰이 깨진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 사업자에 대해서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법제처도 그런 유권해석 결과를 내놓았다"면서도 "법원의 조정은 법률 해석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사자간 합의를 한 성격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