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상록수역 일대, GTX 소문에 2~3억원 뛰어
"상승장 이어질 것···서울 진입 못한 수요 여전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수도권광역교통망(GTX)의 소식에 따른 수도권 일대 집값 변화가 심상치 않다. 특히 정거장으로 확정됐거나, 예상되는 지역은 단기간 내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물론 하룻밤 새 수백명의 부동산 매수 희망자들이 줄을 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수도권 일대가 대부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GTX는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경기 일부 지역은 지역 평균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지역 가운데 1기 신도시로 개발돼 약 10여년동안 지지부진한 집값 상승의 흐름을 보였던 고양시도 포함돼 있다. 고양시 아파트값(25일 기준)은 올해 들어서만 3.8% 상승했는데, 이는 경기 평균(1.61%)과 비교해 무려 2.36배나 높다.
당초 일산의 경우 1기 신도시 개발과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춘 동네지만, 다른 신도시들과 비교해 서울 접근성이 떨어져 빛을 보지 못했다. 더욱이 교통 시설 확충은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지난 2019년 3기 신도시 발표로 고양 창릉지구가 선택되는 등 더욱 좋은 입지에 신도시가 들어서게 되자 일산 집값은 일제히 하락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 GTX 등 정부가 서울권역 광역교통망 확대에 나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특히 고양시는 킨텍스역, 대곡역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창릉역까지 공식화되면서 집값 상승세는 지역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창릉역과 가까운 원흥지구 도내동 '원흥동일스위트'의 경우 지난달 28일 전용면적 84㎡가 8억5000만~9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5일에는 11억원에 손바뀜됐다. 일주일 새 2억원이 넘게 뛴 이 아파트의 현재 호가는 13억원을 웃돈다.
도내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계약 직전까지 성사된 물건들의 경우도 집주인이 더 기다리겠다며 계약을 파기하고 거둬들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라며 "GTX A노선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계약 파기하는 금액보다 시세가 더 올라갈 거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고양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곳은 안산시 본오동 일대로, 수도권 전철 4호선 상록수역 부근으로 GTX C노선이 들어설 수 있다는 소문에 30년도 넘은 일대 아파트 매물들은 모두 사라졌다. 국토부는 "상록수역 정차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지만, 현재 본오동 '안산월드아파트' 매매거래가 가능한 매물은 없었다. 전용 44㎡ 호가는 5억원으로 지난달 매매된 2억8000만원보다 2억2000만원이 높다.
GTX C노선의 종점으로 예정된 경기 양주시(4.83%) 또한 높은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으며 B노선이 들어서는 인천 연수구(3.36%), 경기 남양주시(3.06%), A노선의 종점역인 파주시(2.3%) 등지에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경기 아파트 거래 1888건 가운데 638건(33.8%)가 신고가 혹은 최고가로 거래됐다. 이중 남양주시(67건), 고양시 덕양구(62건) 등 GTX역 일대가 높은 거래 건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권역으로 집중됐던 수요가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GTX 역 일대로 뻗어 나가며 당분간 아파트값 '키맞추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양도세 등 세 강화 영향으로 다주택자의 투자 수요가 과연 얼마만큼 자산 가치 상승을 불러올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중윗값이 9억원을 넘어서는 서울로 진입하지 못한 수요가 여전해 GTX 역 일대 집값 상승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