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정부합동조사단이 3기 신도시 전반에 대한 투기 조사를 본격화 했다. 투기 의혹에 연루된 공직자와 그 가족의 규모가 10만명에 달해, 조사에서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급한대로 1차 조사 후, 결과를 이르면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8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합동조사단은 신도시 입지 발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조사 대상 기관 및 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직원과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토지 거래 내역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우선 해당 직원과 배우자, 직계존속은 그 직원의 가족을 뜻한다. 여기엔 본인과 배우자, 자녀, 결혼한 자녀의 경우 증손까지 포함한다. 직계 존속은 해당 직원의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 등을 뜻한다. 따라서 일가족(본인과 배우자 및 자녀)을 평균 3명, 직계 존속을 평균 2명이라고 보면 직원 1명 조사 때 적어도 5명 정도는 조사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는 1차 조사 대상으로 국토부 본부와 지방청 공무원 4000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직원 약 1만명 등 1만4000명을 꼽았다. 그렇다면 직원 가족과 직계 존속을 평균 4명으로 잡을 경우 조사 대상은 5만6000명, 평균 5명으로 잡을 경우 약 7만명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3기 신도시 6곳(광명·시흥,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과 택지면적 100만㎡가 넘는 과천지구와 안산 장상지구가 소재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및 9개 기초자치단체의 신도시 담당부서 공무원, 8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도시공사 임직원도 조사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전 직원과 가족들의 신도시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안산시는 소속 공무원 2200여명과 안산도시공사 소속 임직원 36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신도시 예정지의 부동산 거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합한 전체 조사 대상은 최대 10만명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직자의 형제나 4촌, 지인 등으로도 조사 대상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합동조사단은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가 취합되는 대로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통해 3기 신도시 토지에 투자한 '내부자'가 있는지 가려낸다. 조사단은 우선 국토교통부와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1차 조사 결과는 금주 중반께 발표할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4일 브리핑에서 "1차로 다음 주까지 급히 조사한 뒤엔 숨을 고르며 졸속이 되지 않도록 찬찬히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1차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논란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의 예상보다 투기 의혹이 많으면 공직자의 부패 구조가 뿌리 깊다는 점에서 국민의 충격이 클 수 있고, 예상보다 적거나 없을 경우엔 부실 조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참여연대·민변의 추가 폭로도 큰 변수다. 지난 2일 LH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발표 이후 비슷한 투기 의혹 제보 수십 건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광주·부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포괄적으로 제보가 수십 건 들어온 것 같다"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정치인과 관련한 제보도 있다"고 했다.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LH 직원들의 추가 투기 정황도 포착해 조사 중이다.
참여연대·민변은 정부 조사의 느슨함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들 단체는 7일 논평에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에 대한 전국민적인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통해 3기 신도시 대상지역 전부, 국토부와 LH 공사 직원 및 직계가족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징계 등'의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하지만, 비밀정보 활용 여부나 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소극 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