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정기인사에서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이 승진한 것을 두고 반발하는 가운데, 인사위원회에 참여한 금감원 부원장 일동이 '직원들의 아픔과 실망을 깊이 공감한다'며 유례없는 위기 상황 속 내부 협력을 호소하고 나섰다.
김근익 수석부원장을 비롯한 최성일, 김도인, 김은경 부원장 등 인사위원회 참여 부원장 일동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최근 정기인사에서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돼 내부징계를 받았던 직원 2명이 부국장·팀장으로 승진하자 내부 반발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금감원 노동조합(노조)이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인사 책임을 물어 자진사퇴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호소문에서 부원장 일동은 "최근 정기인사 이후 직원들간 조직 및 경영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인사를 담당한 인사위원회 위원으로서 작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금감원을 사랑하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비통함과 참담함마저 느끼고 있다"고 적었다.
부원장 일동은 "이는 단지 이번 인사결과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승진·승급 적체가 지속된 상황에서, 인사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고과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 가운데, 직원들이 그간 느껴왔던 좌절감과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이번 채용비리 연루자의 승진과 관련해 인사위원은 해당 내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와 관련해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정은 징계처분이 종료된 직원을 계속해서 승진에서 배재하는 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정서를 폭넓게 헤아리지 못한 것은 저희들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원장 일동은 "직원들간 갈등을 초래하고, 조직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거듭 사과했다. 또 "최근 인사 등과 관련한 합리적 비판과 대안 제시에 대해서는 조직에 대한 애정과 걱정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미처 생각지도 못한 지적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고 적었다.
부원장 일동은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내부의 논의가 자칫 갈등 만이 부각돼, 외부에서 볼 때 우리원이 매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조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내부 소통을 보다 활성화하는 등 금감원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 보는 건설적인 장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게 부원장들의 뜻이다.
부원장 일동은 마지막으로 "저희는 현 상황을 우리원의 유례없는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아픔과 실망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직원 여러분들도 조직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조금씩 더 힘을 내고 협력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