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번주(15~19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방향성을 잡을 전망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국채금리 상승에 대해 내놓을 진단과 처방에 따라 금리는 물론, 원·달러 환율도 출렁일 수 있어서다. 미중 고위급 회담도 예정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9시 1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0원 오른 달러당 1136.8원을 기록했다. 전장대비 2.7원 오른 달러당 1136.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1130원 중반대에서 소폭 등락하고 있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심리 지표 호조에 1.62%대로 상승한 데 따라 달러 인덱스는 91.6선으로 올랐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 경기부양책 통과와 백신 보급 진전 등 이슈로 경제활동 정상화 기대가 다시 한번 채권시장 변동성을 야기했다"며 "미 국채 10년물 상승 재개로 달러화 강세 흐름이 복귀하면서 이날 역내외 롱(달러 매수)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일 환시를 쥐락펴락하는 가운데, 시장은 오는 16~17일 열릴 FOMC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재확인 등 발언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던 만큼 경계감이 팽팽하다. 시장에서는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 연장, YCC(채권수익률 곡선 제어), OT(오퍼레이션 트위스트) 같은 금리 억제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FOMC에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FOMC 회의에서 YCC나 OT와 같은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규모나 속도 또는 YCC, OT 정책에 대한 우호적인 언급이 있다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 상승세를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경우 채권금리 상승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지표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연준이 경제전망을 상향 수정하면서도 점도표는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관성 있는 점도표 유지를 통해 중기적으로 질서 있는 금리 안정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12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올 1월 점도표에선 대다수 위원이 2023년까지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여기서 어떤 변화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미중 관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양국은 오는 18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고위급 대면 회담을 갖는다. 바이든 취임 이후 아직 양국 관계가 시장의 핵심 이슈가 된 적은 없지만, 중국 기술기업에 강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점은 잠재적인 부담 요인이다. 양국의 첫 대면에서 어떤 구도가 형성될 것인지는 위안화 등 향후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번 회담 의제가 경제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번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코멘트]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 : 1125 ~ 1145원
이번주는 FOMC 이벤트에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FOMC에서 1조9000억달러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을 반영해 경기 및 인플레 전망, 점도표 변경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달러화는) 금리 변동성 확대에 지지력을 나타낼 듯하다. 파월 의장은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물가에도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재차 확인시키겠으나 점도표는 2023년으로 금리인상 시점을 당겨올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미중 고위급 회담과 금주 한미, 미일 외교·국방 장관 회담도 대기하고 있어 미중간 긴장은 고조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리 변동성과 미중 긴장 속 상승 압력이 예상된다. 또한 4월 외국인 배당 역송금 경계도 숏(달러매도)플레이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다만 꾸준한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 해외 선박 수주에 따른 네고 등은 상단을 제한하는 재료로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달러 강세에 유리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대 진입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고 미국 경제 성장 기대감도 한층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내 코로나19 상황은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아 경기 반등 시점이 지연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 보건청장은 독일에서 '3차 유행'이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FOMC 회의 결과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곡점 역할을 할 수 있어 달러화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FOMC 회의와 더불어 18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미중 고위급 회담 역시 위안화 등 글로벌 외환시장에 중요한 이벤트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고위급 회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위안화 약세폭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주가 반등으로 1130원대로 하락했지만 3월 FOMC 회의 이후 미국 금리 추가 상승 및 18일 고위급 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1140원대로 재상승할 여지가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 1110 ~ 1140원
월초 발표된 2월 고용지표 서프라이즈 이후 미 달러 강세가 재개됐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속 원화 약세는 지속됐다. 미국과 유로존의 금리차,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차 및 변동성 지수(VIX)를 비롯해 주요 변수와 달러 지수의 상관관계를 보면 최근 달러 강세는 미국 경기 개선을 반영한 금리차 확대가 주도했다. 2월 한 달 동안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 컨센서스는 1.4%p 상향돼 글로벌(0.46%p)을 크게 상회했다.
지난주 후반 미국은 가계 소득 지원, 소비 확대를 골자로 하는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 법안을 타결했다. 이 또한 미국의 상대적인 성장 기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미국 지표 호조, 정책 및 백신 접종 속도와 맞물려 단기적인 달러 강세 압력이 지지될 전망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3월말~4월초로 갈수록 물가 기저에 따른 미 금리발 변동성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추세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미국외 지역의 경기 흐름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5~6월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글로벌 경기의 동반 개선 흐름은 유효하다. 2분기 성장률 컨센서스는 유럽이 미국보다 높다. 유로존의 경기 및 재정정책 모멘텀은 2, 3분기로 갈수록 더욱 강할 것으로 판단한다. 직접적 재정지원에 힘입은 소비 주도의 미국 경기 개선은 중국,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 수출국의 펀더멘털에 긍정적이다. 2000년 이후 미국, 유로존의 선진국 수요개선이 동반되는 가운데 한국, 중국 및 대만 등의 신흥국 수출이 이를 지지할 때 달러화의 약세 기조가 성립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