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은행 첫날 판매실적 91억···물량의 13.5%
"'금소법' 부담돼 홍보하기 어렵다"···속내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국민참여정책형 뉴딜펀드가 민간에 첫 선을 보인 가운데 완판 행렬을 보이고 있는 증권업계와 달리 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구조가 복잡하게 설계된 뉴딜펀드의 경우 투자성향이 1등급(공격투자형)으로 분류돼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은행 고객들에게 추천하기 쉽지 않다는 게 창구 직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국민참여정책형 뉴딜펀드를 판매한 KDB산업·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의 첫날 판매실적은 91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개 은행에 배정된 물량 680억원 중 1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튿날인 30일까지의 판매실적을 합하면 배정 물량 중 35.7%(242억8000만원)가 판매돼 첫날에 비해 호전됐지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첫날부터 배정된 물량을 전부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은행권에서는 뉴딜펀드에 대한 투자처가 정해지지 않은 데다 수익률 등 데이터가 전무한 탓에 상품 홍보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 펀드가 상장·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데다 사모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복잡한 구조로 설계된 고위험 상품인 만큼 판매 부담도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고객을 직접 마주하는 영업점 창구에서도 뉴딜펀드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정책형 뉴딜펀드 판매가 시작된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기자가 서울 종로구와 송파구 일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본 결과 행원들 가운데는 뉴딜펀드 판매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다른 펀드를 추천해주는 경우가 있었다.
송파구에 위치한 A은행 영업점 직원은 "뉴딜펀드에는 비상장 기업의 주식도 들어가는데, 비상장 기업의 경우 회계장부가 투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며 "저희가 펀드를 팔 때는 보통 그 펀드에 대한 수익률이라든가 투자처라든가 이런 데이터를 갖고 설명을 드리는데, 그런 게 없다보니 판매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위치한 B은행 영업점 직원은 "뉴딜펀드는 투자성향 1등급에 해당되는 매우 리스키한 상품이어서 금융을 잘 알고 있는 웬만한 고객들에게도 판매가 쉽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좀 더 안정적이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한 다른 펀드를 추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달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도 뉴딜펀드 가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소법에 따라 금융상품 판매 절차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영업점에서는 투자성향분석을 진행한 뒤 1등급(공격투자형)에 해당되지 않는 고객에게는 뉴딜펀드에 대한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또 은행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15분 가량의 상품설명 동영상을 창구 직원이 시청하지 않아 뉴딜펀드를 판매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 직원은 "펀드를 팔려면 제가 상품에 대해 숙지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상품 설명 영상을 제가 시청해야만 한다"면서 "나온지 얼마 안 된 상품이라 이 영상을 시청한 직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까닭에 은행권에서는 영업점 창구에서의 뉴딜펀드 홍보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통 이런 큰 상품이 나오면 영업점에 입간판을 세워놓거나 현수막을 걸어놓기도 하는데,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혹시나 과장광고 금지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뉴딜펀드와 관련된 홍보물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위험한 상품이다 보니 금소법 부담이 있어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팔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