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카드사, 계열사와 맞손···"고객 접점 확대"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유통업체가 최근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인 'OO페이' 출시를 예고하며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IT업체에 이어 유통사까지 페이 대전에 참전하자 금융그룹들은 서둘러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간편결제 시장을 두고 경쟁은 더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3일 유통업계는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에 안착한 유통사도 있는 반면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플레이어도 증가하고 있다.
GS홈쇼핑과 통합을 앞둔 GS리테일은 오는 7월 디지털커머스 강화 차원에서 'GS페이'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소매 사업장과 GS홈쇼핑에 먼저 적용하고 이후 GS그룹사로 사용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로그인 한 번이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싱글사인온(SSO)도 함께 개발해 GS페이의 범용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은 6월 'E페이'라는 이름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 결제 기능에 패션기업이라는 특징을 살려 '맞춤형 건강 큐레이션' 기능까지 제공한다. 유통업계 빅3 중 하나인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초 'H.Point Pay'의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앞서 쿠팡·신세계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시했다. 쿠팡은 지난해 4월 간편결제 서비스인 쿠페이를 담당하는 핀테크 사업 부분을 분사해 자회사 '쿠팡페이'를 설립, SSG닷컴은 지난해 6월 신세계아이앤씨에서 'SSG페이' 서비스를 넘겨받았다.
간편결제가 유통업계의 신(新)격전지로 떠오른 이유는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한국은행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 건수는 지난 2016년 210만건에서 2020년 1454만건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 뿐 아니라 유통업체까지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자 금융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그룹 계열사와 협업이 가능한 카드사들은 결제서비스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룹 시너지'를 내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한다. 플랫폼 기업 주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마이페이먼트 도입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이 플랫폼은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계좌나 우리카드를 보유치 않은 다른 금융사 고객들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으로 설계했다.
우리카드는 앱 '우리페이'에 삼성페이 MST(마그네틱보안전송) 결제, 타은행 계좌결제, 교통카드 결제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또 우리은행과 협력해 모바일 뱅킹 앱 'WON뱅킹'에도 우리페이를 구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0일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 '신한페이'를 출시했다. 신한페이는 기존 신한카드의 '신한페이판'을 업그레이드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한금융은 이에 맞춰 '신한페이 계좌결제'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신한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이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향후 신한금융투자, 신한저축은행 계좌 보유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회사는 고객과의 접점이 넓고 포인트 등 제공할 수 있는 혜택도 다양하다"며 "고객 접점과 혜택을 내세워 유통사들이 간편결제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한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해외에서는 고객 접점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사가 역으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카드사를 자회사로 둔 우리나라 금융그룹들도 고객 접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통합 결제시스템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