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카드사 기간 축소에 소비자항의 '취소' 사례도
[서울파이낸스 우승민 기자] 현대카드의 신용공여기간이 카드사 중 가장 짧은데다 약관에 명시되지 않아 고객에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수년전 제기된 문제가 답보 상태다. 다른 카드사 일부도 약관에 이를 언급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최소 신용공여기간은 12일로 업계서 가장 짧다. 신한·KB국민·롯데·우리카드는 14일, 삼성·하나카드는 13일이다.
신용공여기간은 회원들이 결제한 카드 결제금액을 카드사가 우선 대신 지불하고 향후 다시 돌려받기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월 14일이 카드 결제 지급일인 고객은 전월 1일부터 전월 말일까지 이용한 카드사용액이 다음달 14일에 납부되는데, 이 기간을 신용공여기간이라고 한다. 길게는 결제일로부터 45일전까지 사용한 금액이 결제일에 청구되는 셈이다. 매월 일수가 달라 신용공여기간이 둘쑥날쑥해지는 만큼 전월 1일부터 말일까지 사용한 금액에 대해 결제월 12일 결제하는 경우 결제월 1일~12일이 '최소 신용공여기간'이 된다.
신용공여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카드사는 자금운용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카드사들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결제 대금을 빨리 받을수록 이자 비용이 줄어든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공여기간을 1일 축소할 경우 연간 약 160억~200억원의 자금조달비용이 줄어든다.
특히 문제는 현대카드의 약관에는 신용공여기간이 없어 고객 불편과 손해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어렵게 찾아봐야 한다. SNS에서도 이런 불만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이처럼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신용공여기간이 짧아질수록 결제일이 일찍 찾아오는데다, 카드 결제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연체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금융당국은 현대카드에 신용공여기간을 업계 평균 수준인 13일 이상으로 변경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도 약발이 통하지 않자 금감원은 지난 2016년 신용공여기간을 13일 미만으로 변경해 개별약관 심사를 요청할 경우 통과시켜주지 않는 방안을 내놨다. 이후에도 현대카드는 개별약관 변경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도 지난 2019년 비용절감을 위해 신용공여기간을 단축하려다가,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신한카드는 신용공여기간을 14일에서 13일로 줄이려 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은 1일부터 말일까지 사용한 금액을 하루 더 빨리 갚아야 한다. 이에 따라 고객 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신용공여기간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타 카드사들에 비해 신용공여기간이 짧아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현대카드는 변경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카드사들이 이익을 취하게 되면 손해는 고객들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타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로 (약관에 명시하지 않고) 결제일만 공지한다"며 "당국의 권고사항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약관에 명시하지 않으면 카드사 마음대로 신용공여기간을 정할 수 있어 고객에게 그만큼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 1분기 카드사 민원 중 현대카드 민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27건(35.5%) 증가한 176건이다. 여신금융협회에서 7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7개사 전체는 7.3%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