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은행, 부정입사자 정상근무···"해결 의지 다져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우리은행에 이어 DGB대구은행이 부정 입사자에 대한 퇴직 조치 등 과거 채용비리 관련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면서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은행이 법률 검토를 거쳐 부정 입사자를 퇴사 처리한 만큼,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른 나머지 은행들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대구은행은 부정 입사자에 대한 전원 퇴직 조치를 완료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상 대구은행의 부정 입사자는 총 17명으로, 자발적으로 퇴직한 이들을 포함해 최근까지 근무한 부정 입사자에 대해서도 지난달 말 퇴직 조치를 마쳤다.
대구은행은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방안의 일환으로 상반기 신입행원 특별 수시채용도 진행 중이다. 이번 채용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우대하며, 총 신입행원 20여명, 채용 연계형 인턴 10여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부정입사자 조치 방안에 대한 법률 검토를 바탕으로 전원 퇴직 조치했다"면서 "특별 채용 등을 통해 신뢰도 제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이같은 후속조치는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부정 입사자로 확정 판결을 받은 20명에 대한 퇴직 조치를 마무리하고, 빈자리를 특별 수시채용을 통해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채웠다.
우리은행 측은 2015~2017년 당시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당시 불합격자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가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부정 입사자에 대한 채용 취소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은행권 채용비리 후속조치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두 은행이 과거 채용비리에 대한 후속조치에 나서면서 금융권에서는 다른 은행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은행의 경우, 부정 입사자가 근무 중이라면 언제든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먼저 조치를 취한 은행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후속조치를 마냥 미루기 어려워서다.
채용비리 사건으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곳은 우리은행, 대구은행을 비롯해 광주은행, 부산은행 등 네 곳이다. 이중 부산은행은 부정입사자 3명이 모두 자진퇴사했다.
다만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마무리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채용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3년가량이 지났으나, 가시적 조치가 나온 곳은 우리은행과 대구은행뿐이다.
부정 청탁 사례가 없었다며 채용비리를 부정하고 있는 광주은행은 현재 별다른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향후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에 따라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청탁에 의한 합격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 재판 중인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판결과 후속조치를 지켜보고, 향후 관련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서 재판이 진행 중으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다. 이들 은행은 법정 다툼을 벌이는 도중에 채용 취소 조치 등에 나서면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대법 판결 이후에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선 해당 사안에 대해 은행들이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대법원에서 채용비리 혐의가 인정되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하는 경우 은행권 모범규준을 준용해 피해자에게 전형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맞다"며 "은행들은 피해자 구제 등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