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대금 2조원, 지분‧사회부문 분리매각 등 고려돼
입찰방식은 제한적 경쟁 유력···중흥, DS컨소가 적극적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대우건설의 매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많아졌다. 인수전이 다자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인수자에 따라 지분 추후매각, 사업부문별 분리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매각자문에 KDB산업은행 M&A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을 선정했다. 이에 이달 말 예비입찰을 진행되고, 8월께 본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투자청 △국내 중견건설사인 중흥건설 △중국 1위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사 △부동산 디벨로퍼인 DS네트워크,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 글로벌 투자그룹 IPM 컨소시엄 등이 있다.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주가도 빠르게 뛰었다. 지난해 3월 225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 2일 9540원까지 4배 이상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 주가가 1만원 정도로 올라서면, 과거 금호아시아나로부터 대우건설을 다시 사올 때의 주가인 1만5000원보다는 낮지만 어느정도 손실이 보장되기 때문에 적정시점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매각 작업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지난 4월 김형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정항기 관리부문 대표이사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해 매각을 준비했다. 각자대표체제는 매각시 관련 기능을 재무통인 정항기 이사가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정항기 대표는 산업은행 추천으로 2019년 부임한 최고재무책임자다.
또한 지난해 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3% 증가했고, 영업이익률 6.9%를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실적 중 가장 좋았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229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7% 증가한 수치로 어닝서프라이즈를 냈다.
호실적과 주가 상승 등으로 대우건설의 인수대금이 약 2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몸집이 큰 대우건설을 빠르게 매각하기 위한 방법으로 꼽히는 건 '지분 추후 매각'과 '사업 부문 분리매각'이다.
2조원이라는 큰 금액을 한 번에 소화할 곳이 드물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중흥그룹 같은 국내 중견 건설사가 인수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지분 분리 매각이 예상된다. 실제 산업은행은 지난 2018년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매각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40%를 먼저 매각하고 나머지 10.75%를 2년 뒤 매각하기 위한 풋옵션을 부여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당시 산업은행이 주주로 남아있으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수주의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란 계산 등이 있었다. 호반건설은 국내 주택 사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지분 분리 매각은 DS네트웍스, 스카이레이크, IPM 컨소시엄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인 IPM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프랑스의 덩케르크(Dunkirk)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인수 등의 일을 이미 진행한 바 있다. 즉, 해외사업을 지원할 동력을 가진 것이다. 오히려 산업은행이 주주로 있다면 경영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대우건설의 주택사업부와 토목·건축 등 나머지 사업부를 분리해 별도로 매각하는 선택지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산업은행이 팔기 어려운 사업부를 계속 떠안고 가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매각도 이야기 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 중흥그룹과 DS네트워크 컨소시엄을 이외의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는 아부다비투자청, 중국건축공사 등은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입찰방식으로는 공개입찰보다는 제한적 경쟁입찰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들 대다수가 보안 유지가 쉬운 제한적 경쟁입찰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흥행을 위해서 공개입찰을 할 수 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만 13곳이 넘는 이스타항공이 공개입찰을 진행해,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많은 대우건설도 공개입찰 가능성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에게 밀실매각을 중단하라"며 "소통 없는 매각 진행을 계속할 시 실사 저지 등의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내부와의 소통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