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4월 기업사냥형 부정거래 적발 시스템을 처음으로 가동해 대규모 부정거래 혐의사항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적발된 종목은 7곳으로 부당이득은 2000여 억원에 달한다.
부정거래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의 매매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거나, 중요사항의 허위기재 또는 기재누락 등을 사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또 매매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의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 금융투자상품 및 그 밖의 매매거래 또는 시세변동 목적의 풍문 유포, 위계 사용, 폭행 또는 협박하는 행위 등도 포함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CAMS) 내 부정거래 적발시스템은 기업공시, 주가추이, 매매내역, 시장조치 등에 대한 종합분석을 통해 부정거래 혐의개연성 정도에 따라 3단계(1~3등급)로 구분해 관리한다. 지난 4월 기준 14개사가 최상위위험등급인 1등급으로 적출됐다. 2등급(차상위위험등급)은 15개사, 3등급(기본등급)은 75개사다.
부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높은 상위(1∼2)등급 위주로 종목들을 정밀 분석해, 이중 7건의 대규모 부정거래 혐의종목을 적발했다. 7개사 부당이득 규모는 2000여 억원으로 추정되며, 1개사당 평균 300억원 내외 수준이다. 대상종목들은 외부세력의 경영권 인수가 용이한 소규모 기업에 해당됐다. 부정거래 혐의종목 다수가 대상기간 중 100~700% 수준의 주가급등 이후 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주요 혐의분석 결과, 경영권인수, 주가상승 테마형성, 대규모 자금조달 및 외부유출, 지분매도를 통한 부당이득 획득 등 부정거래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부정거래 과정에서, 시세조종·미공개정보이용 등이 수반되는 복합 불공정거래 사례도 발견됐다.
최근에는 CB·BW 등을 활용해 부당이득을 극대화하거나, 다수 기업간 연계를 통해 자금을 유출하는 등 부정거래 수법이 고도화됐다. A사의 경우 최대주주 등이 낮은 전환가액의 CB 취득 이후 허위성 보도를 통해 주가급등을 유도한 뒤, CB 전환물량을 고점에서 매도해 대규모 매매차익 실현에 나섰다. B사는 연쇄적인 상장기업 경영권 인수, 다수 관계사와의 지분교환 및 유형자산 거래 등 과정을 통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기업으로 자금을 유출했다.
신규 부정거래 적발시스템은 가장 대표적인 부정거래 패턴에 해당하는 '최대주주변경 관련 부정거래' 유형의 적출에 초점을 뒀다. 과거에는 50~100일 기간의 공시를 중점적으로 관측했지만, 이를 통상적인 부정거래 진행기간에 해당하는 18개월로 대폭 확대했다. 공시빈도에 따른 분석 대신, 최대주주변경·자금조달·외부투자·주식담보제공계약 관련 공시가 복합적으로 확인되는 경우에 자동적으로 적출되도록 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시장감시시스템 강화를 통한 불공정거래 혐의종목 적발 프로세스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고자 한다"며 "해당 부정거래 적발시스템의 효과성이 확인됨에 따라, 정기적인 적출결과를 토대로 부정거래에 대해 신속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주요 불공정거래 유형별 적발 및 분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