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아닌데 예약된 직장인 2만명 일괄 취소" 해프닝도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을 중심으로 백신접종 관련 소동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계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기간산업 종사자에 대한 우선 접종 소문이 번졌으나 보건당국이 일축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또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직원 약 2만명이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오류로 대상자가 아님에도 예약에 성공했다가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죠.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요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들 기업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질병청은 고용노동부 산하 지방고용노동청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삼성전기 등 국내 반도체·가전 기업과 정보기술(IT) 부품·소재·장비 기업 등 전국 25개 주요 기업들의 백신 접종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사업장에 하루빨리 집단면역을 달성함으로써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가동 중단 등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군에 손실이 발생하는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주요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향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보건당국으로부터 공문 접수를 받은 것은 맞다"며 "정부 결정에 따라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 '사내 부속 의원 코로나19 예방접종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간호사 커뮤니티 너스케입 등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의혹이 더 짙어지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선 접종) 가능성이 없진 않기 때문에 인력확보 차원에서 진행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매년 9월 독감 예방 접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모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우선 접종 대상으로 확정해야 진행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전날인 15일 보건당국이 반도체 등 기간산업 종사자를 우선 접종대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하면서 관련 의혹은 한바탕 소동으로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사회 기간산업 종사자에 대해 우선 접종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 반도체 기업에서 종사자들간 접종 시작일과 백신 종류를 이미 공유하고 있다면서 기간산업 종사자에 대한 우선 접종이 예정돼 있냐는 질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죠.
앞서 20대 의료기관·약국 종사자와 사회 필수인력 등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된 지난 7일에는 접종 대상이 아닌 20대 직장인들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예약시스템이 열리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과 신한은행, 국민은행 금융권에 다니는 20대 직원 약 2만명이 예약을 했다가 일괄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접종 대상자 명단을 잘못 입력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20대 화이자 접종 대상자들 가운데 의료기관 종사자에는 보건 의료인 외에 행정 직원 등 일반직도 포함됐는데 질병청은 이 명단을 파악하기 위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명단을 활용했습니다.
문제는 대기업이나 국회 등에 딸린 부속 의원에서는 진료 이력이 있는 일부 직원·보좌진들이 해당 의원에서 일하는 일반직으로 건보 직장가입자 명단에 등록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 20대 직원 중 일부가 화이자 접종 예약 안내를 받고 실제 예약하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해명자료를 내고 "대상자가 아닌데 예약을 완료한 사람들은 예약을 일괄 취소하고 문자로 취소 내용을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추진단은 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명단으로 의료기관, 기업 소속 구분이 어려운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해서는 실제 대상자를 별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해프닝이 그냥 웃어넘길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3분기부터 접종을 받지 못한 만 18∼59세 일반인 등에 대한 접종이 시행되는 등 백신 접종이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백신 예약이나 접종 현장 행정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잇따른 두 차례 소동이 사내 부속 의원을 갖춘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벌어지면서 일부 업종 및 대기업 직원에게만 백신 접종이 허용되는 것 아니냐는 오인이나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네요.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면서 특혜 논란은 비껴갔지만 우선 접종 가능성이 나오면서 기대를 했던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올 것 같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직원들이 백신을 예약했다가 취소되는 등 최근 백신 접종 관련 해프닝이 많은 것 같은데, 그만큼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슈로 보인다"며 "기간산업 종사자가 우선 대상자에 포함되면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 좋았을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특혜 논란도 있었던 만큼 정부 측 판단을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7일 3분기 접종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3분기에는 상반기에 접종을 받지 못한 만 18∼59세 일반인에 대한 접종을 실시합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 이환율이나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50대가 다음 달 우선 1차 접종을 받게 될 걸로 보입니다. 또 7∼8월 여름방학에는 30세 이상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교사 및 돌봄 인력에 대한 접종이 시작되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비롯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 대상 접종도 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