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기, 소비·고용효과 미미···금융불균형 해소 필요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을 내 투자)'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집값 상승세가 꺾일 경우 경제에 끼칠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요즘과 같이 가계부채가 누증된 상황에서 가격 하락이나 조정 시 민간경제에 가해지는 충격 역시 더욱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0일 'BOK이슈노트'에 실린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비대칭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전망했다.
주택가격은 '부의 효과(주택가격 상승→소비 증가)'를 통해 실물경기 및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택을 보유한 가계는 주택가격의 자산 변동을 자산의 경감으로 인식해 소비를 늘리거나 혹은 줄이게 된다. 예컨대 집값이 상승하는 경우 담보가치가 뛰게 되고 차입 여력도 높아져 소비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부의 효과가 약화되고 있으며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주택가격 변동 방향에 따라 비대칭적인 특징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한은이 '주택가격→실물경기(소비)→인플레이션' 경로를 중심으로 집값 변화가 실물경기 및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집값이 오를 때보다 내릴 때 더욱 큰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75%에 달하고 2년 내 집값이 20%하락할 경우, 소비·고용이 같은 기간 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집값이 20% 오를 경우 소비·고용은 1~2%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지난 1998년 2~3분기 집값이 1년 전과 비교해 17.7% 급락했던 과거 사례와 비슷한 폭락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조병수 조사국 물가연구팀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집값 하락폭이 컸던 주요 11개국의 집값 고점 전후 8분기 동안 소비증감과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면, 집값 하락 시에 소비가 더욱 크게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했다"면서 "이에 반해 위기 이전 집값 상승기에는 소비 및 인플레이션 변동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집값 하락에 따른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LTV가 40%로 가계부채 부담이 75%보다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택가격이 20%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소비·고용의 증감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조 과장은 "이런 거시변수의 비대칭적 반응은 부채 수준이 높은 가계를 중심으로 집값 하락 시 차입제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부터 주로 기인한다"면서 "가계부채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가계가 차입을 통해 소비 평활화를 할 수 있어 소비와 고용의 변동폭이 크지 않고 비대칭성도 유의미한 결과가 관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물변수·주택가격·금융변수 등이 포함된 벡터자기회귀(VAR) 모형 분석에서도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 성장률뿐 아니라 물가상승률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조 과장은 "지금과 같이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그만큼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추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면서 "특히 현재와 같이 가계부채가 누증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에 따른 집값 조정은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누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석 결과는 금융불균형에 따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한은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차입을 통한 자산투자에 따른 금융불균형이 향후 대내외 큰 충격에 따라 집값을 큰 폭으로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나라 집값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고평가 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