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전 판매호조·오브제콜렉션 공략 등 실적 견인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쟁사인 미국 월풀(Whirlpool)을 큰 격차로 앞서며 생활가전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월풀 역시 2분기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뛰어 넘는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오브제컬렉션을 비롯한 프리미엄 신가전 등을 앞세운 LG전자에 세계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현지시간 22일 월풀은 올해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1.7% 상승한 53억2천400만달러(약 5조9천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50억5천만달러를 예상한 시장의 컨센서스(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이달 초 2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 LG전자는 생활가전(H&A사업본부)에서 6조8천억원(증권사 전망치 기준)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월풀의 2분기 매출보다 8천억원 가량 더 많은 수치다. LG전자의 올 2분기 생활가전 매출은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전자 업계에서는 국내외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신가전이 LG전자의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가전은 기존 가전에서 업그레이드 됐거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제품군을 뜻한다. LG전자 고유의 트루스팀 기술을 활용한 건조기와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더불어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 'LG오브제컬렉션'의 해외 시장 공략 효과도 실적 견인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올해 오브제컬렉션에 에어컨과 정수기를 추가하면서 총 13종의 가전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생활가전 판매 호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연매출 기준으로도 월풀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1분기에도 LG전자는 생활가전 부문 매출 6조7천81억원을 기록하며 월풀(약 6조원)을 7천억원 이상 앞섰다. 이에 올해 상반기 생활가전 매출은 LG전자가 약 13조5천억원, 월풀은 11조9천억원가량으로, 양사의 격차가 1조6천억원가량 벌어지게 됐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LG전자는 2017년부터 월풀에 앞서며 세계 1위를 지켰지만, 매출에 있어서는 월풀에 이어 그간 2위에 그쳤다.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등 북미 지역 유통행사에 마켓팅 역량을 쏟아 부어온 월풀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LG전자의 매출을 1조원가량 앞선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에 LG전자가 월풀과의 격차를 1조5천억원 이상 벌리면서 하반기 작년 수준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간 매출에 있어서도 LG전자가 세계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실적 성장세에 힘 입어 LG전자의 생활가전을 맡고 있는 H&A본부는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40% 늘어난 규모인 1조원 수준의 금액을 투자한다. 올해 초에는 급증하는 미국 가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에 2050만 달러(약 230억)를 투자해 설비를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