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갖추기' 지적 여전···전문 인력 영입 필요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보험사들이 'ESG 경영'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타금융권에 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주요 보험사들은 올해 들어 ESG위원회 등 전담 조직을 꾸리고 ESG 관련 상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ESG는 단순 투자의 개념을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다만 보험업계의 ESG 경영이 '보여주기'식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조직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조직 곳곳에 ESG를 적용하고 있다. 세부적인 기능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ESG위원회는 회사의 ESG 관련 전략·정책을 수립하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최고의사결정조직을 의미한다.
먼저 삼성생명은 올해 2월 ESG 임원 협의회를 출범하고 3월에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삼성생명이 선언한 '2030 ESG 3대 전략'은 해당 위원회를 통해 추진된다. 주요 내용은 2030년까지 친환경 금융에 20조원 이상 투자하고 탄소배출량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3월 ESG전담팀인 지속가능경영팀을 신설하는 한편 이사회 산하에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만들어 ESG 활동 추진을 위한 대내외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차원에서 ESG 경영을 추진하고 ESG 정책 수립과 추진현황을 관리·감독하는 등 중장기적 ESG 경영전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손보사들도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경영을 확대해 가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손보업계 최초로 ESG위원회를 설립했다. ESG를 내부 조직문화로 만들기 위해 관련 직원 교육 시간을 대폭 늘렸다. 특히 ESG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삼성화재는 최근 '2021 통합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ESG투자 규모를 3배 가까이 늘린 10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비중을 매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대해상도 ESG 조직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가장 먼저 ESG운영위원회를 설치했고 6월에는 전국 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를 통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과 관련한 보험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DB·NH농협·한화·롯데손보 등도 ESG위원회를 통해 최고수준의 정책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ESG 전용 보험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특약을 신설한 친환경 상품, 전기차 전용 자동차보험, 자전거보험 등 친환경 교통수단의 보험 보장을 강화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런 움직임에도 ESG위원회 조직구성과 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해선 아직 물음표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33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ESG위원회가 설치된 기업은 전체 조사기업 중 29%인 97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 보험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불과했다. 보험사 21곳 중 6곳만 ESG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ESG 위원장과 위원은 대부분 사외이사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문성 논란도 제기된다. 삼성생명 ESG위원회는 사외이사인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삼성화재는 전 국회위원을 위원장으로 앉혔다. 한화생명도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원래 사외이사 역할을 위해 뽑은 사람들은 ESG전문가가 아닌데, ESG위원장이나 위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위원회와 사외이사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결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위원회가 구색갖추기가 아닌 전문성이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점검하고 회사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는 작업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대부분이 보험사들이 사외이사를 ESG위원으로 임명하는데, 이런 방법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