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와 석유개발(E&P, Exploration & Production) 사업을 독립 회사로 각각 분할시켜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를 열고 이들 사업의 분할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사회는 이들 회사가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가 각각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Green Portfolio Designer & Developer)' 역할을 수행하는 지주회사로서 기업가치 제고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지난 7월 1일 '스토리데이'에서 그린 영역을 중심으로 R&D, 사업개발 및 M&A 역량 강화를 통해 제2, 제3의 배터리와 분리막(LiBS) 사업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두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각각 갖게 된다.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은 신설되는 회사로 각각 이전된다.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배터리 서비스(BaaS, Battery as a Service),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을, SK이엔피주식회사(가칭)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탄소 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 Storage)사업을 각각 수행하게 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사업별로 투자 유치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환경에 더욱 폭 넓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SK이노베이션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 중심의 성장 전략(Carbon to Green)을 가속화해 기업가치를 집중적으로 키워 나가겠다"며 분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사업은 '1테라와트(TWh) +α'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글로벌 톱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확대시켜 가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배터리 사업은 다양한 방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해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 카(Flying car),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시장, 배터리 제품에 이어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는 BaaS 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의 실행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E&P사업은 오랜 기간 축적한 석유개발 사업 경험 및 역량을 활용해 탄소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카본을 그린으로(Green Transformation)' 라는 그린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석유가 탄소 발생 이슈는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인 만큼, 석유 생산 단계에서부터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고, 석유 정제·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다시 지하 깊은 구조에 영구저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다.
E&P사업은 지난 5월 CCS 사업 관련 국책과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이미 그린 비즈니스 분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