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인력유지 집중해야···연내 채용계획 없어"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운항·객실승무원 등 채용문을 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 항공사들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 노선이 중단된 탓에 여전히 순환휴직을 지속하고 있어 신규 채용 시기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동 3대 메이저 항공사 중 하나인 카타르항공은 최근 전 세계 지역을 대상으로 신입 및 경력직 객실 승무원 채용공고를 냈다.
카타르항공은 채용공고문에서 "시장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캐빈 크루팀 채용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통해 경제가 회복되면 국제선 수요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방침으로 분석했다. 또 내년 개최되는 카타르 월드컵 행사 등으로 늘어나는 항공편 공급과 함께 이에 상응하는 객실 승무원 수도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합격 인원과 출근 시기는 미정으로 알려졌다.
한 외항사 관계자는 "워낙 규모가 큰 항공사라 채용을 할 정도의 여력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같은 중동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도 최근 채용사이트를 오픈하는 등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4대 항공사 중 한 곳인 델타항공도 "올해 4월부터 코로나19 슬럼프를 극복하기 시작했다"며 "내년 여름까지 조종사 총 1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도 올해 350명의 조종사를 뽑겠다고 밝혔고, 내년에는 채용 규모를 10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앞서 델타항공을 비롯한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격탄으로 현금이 바닥나 대규모 감원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는 경제가 회복되면서 직원들이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조종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올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의 운항편을 수백편 취소할 정도다. 특히 델타항공은 지난 2019년 말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2분기 6억5200만달러(약 745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유럽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 라이언에어도 같은 이유로 향후 3년간 2000명의 항공기 조종사를 추가 고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국내 항공업계 채용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신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운항·객실승무원 등 신규 채용이 마지막으로 진행된 시기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하반기였다. 항공사들은 국제선 하늘길 제동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더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현 인력 유지에 집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 호조라고 하지만 여객수송에서 발생되는 매출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국제선 여객노선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최소 2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어 신규 채용이 불가능하지만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상황은 같을 것"이라며 "기존 인력 유지도 힘들어 순환휴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 내년까지는 채용 계획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항공사들의 2분기 실적은 금주부터 17일까지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화물사업 활성화로 흑자를 기록할 반면, 네트워크가 부족한 LCC들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