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 "브랜드 정체성 파악 어렵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특혜 논란으로 내홍에 휩싸였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서 변경된 CI(기업로고)를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일고 있다.
새 CI에 대한 직원들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경영진이 교체를 강행한 데다 교체된 CI 역시 사용자들로부터 '브랜드 정체성을 잘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케이뱅크가 연일 직원들과의 소통에 실패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이달 새로운 CI를 공개한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 관련 불만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9일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구호)으로 '메이크 머니(Make Money)'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업 CI와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콘을 교체했다. 새 CI와 앱 아이콘에는 브랜드 슬로건을 강조하고자 케이뱅크를 의미하는 기존 알파벳 'K'자를 빼고 대신 'M'자를 채워 넣었다. 또 브랜드 컬러(색상)도 기존의 '핑크+화이트'에서 '네이비+라임그린'으로 교체했다.
문제는 새 디자인이 기존의 것과 상당히 다른 데다 케이뱅크를 상징하는 'K'자가 빠져 해당 로고만으로 케이뱅크임을 알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케이뱅크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 등에는 "슬로건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게 슬로건인데, 그걸 아이콘에 적용하는 건 어불성설", "아이콘 색깔도 바꾸고 K도 M으로 바뀌어서 앱 찾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등의 사용자 후기가 다수 올라와있다.
새로운 로고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대 여론이 컸음에도 경영진이 교체를 강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잇따랐다. 지난달 새로운 CI를 케이뱅크 직원들에게 먼저 공개한 후 '케이뱅크 색깔이 안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음에도, 이같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새 CI가) 7월 14일 내부에 공개됐고, 그때도 난리가 났었는데 그냥 강행한 것", "(서호성) 현 행장이 'Make Money'에 꽂혀있기 때문에 현 행장이 있는 동안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케이뱅크 내부 직원들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통상 CI 디자인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뱅크도 이번 CI 디자인 교체에 4개월 가량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이 한 번 CI를 교체할 때 드는 비용은 인쇄물 제작 등 부대비용을 포함해 최소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든다. 케이뱅크가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인 만큼 간판을 대거 교체하는 등의 비용을 제외하면 이번 CI 교체에는 수억원 정도가 투입됐을 거라는 게 동종업계의 설명이다.
적잖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새 CI가 사용자와 내부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경영진의 내부 소통 부재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케이뱅크는 전 임직원 320명에게 총 21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는데, 일부 임원에게 과도하게 혜택을 주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당시 케이뱅크는 직원들의 고충을 살피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톡옵션 논란 이후로 (케이뱅크)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는 계속 들려왔다"며 "새 CI도 평가나 성과가 좋았다면 반대했던 직원들도 할 말이 없었겠지만 평가가 좋지 않으니, 안 그래도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걸로 보인다.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잡음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어서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