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신용평가 시장 내 경쟁 촉진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신용평가업 인가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3개사에 집중된 과점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급격하게 시장 진입을 확대할 경우 시장혼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용평가 품질제고를 위한 규율 마련 및 제도 개선을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신용평가업 등에 대한 경쟁도 평가결과 및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나신평, 한기평, 한신평 3곳과 부분인가를 받은 서울신용평가 1곳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나신평, 한기평, 한신평 등 주요 3곳이 연 매출 14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약 3분의 1씩 균분하고 있다.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을 균분한 고집중 시장에 해당된다.
금융위 경쟁도 평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발행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수익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은 신용평가사의 수익 기반으로, 발행 규모는 지난 20년간 3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수익성 지표인 ROA(총자산순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모두 두 자릿수대를 유지해 국내 상장사 평균(ROA 3.39%·ROE 6%)을 크게 상회했다.
해당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금융위는 국내 신용평가업이 과점구조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경쟁제고 및 품질개선 효과는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회사채 발행사의 협상력이 신용평가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 해외 주요국 대비 신용평가사에 대한 시장규율 저변이 미약한 점 등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업 제도 개선을 통한 경쟁 촉진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는 앞으로 시장규율 강화와 신용평가 품질제고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 개선 과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용평가사들이 발행사 또는 제3자 등의 요청 없이도 금융투자상품 및 발행사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투자자 등에게 제공하는 '무(無)의뢰 평가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한다. 또 신용평가사 또는 계열사의 영업이나 마케팅 요소가 신용평가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이행상충방지 강화' 규율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울러 시장진입의 예측 가능성과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인가제도 개선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 신용평가업 정식 인가를 받기 전 제3자가 의뢰하는 평가에 대해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