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發 가계대출 압박에···초유의 은행 대출 '중단'
당국發 가계대출 압박에···초유의 은행 대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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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은행으로 '풍선효과' 우려
한 은행 지점에서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한 은행 지점에서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연일 가계부채 관리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NH농협은행이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중은행이 주력 상품인 부동산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것은 처음있는 일로, 당국의 고강도 압박에 농협은행이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다.

농협은행의 대출 전면 중단이 극단적인 조치인 만큼 다른 은행에서 연쇄 중단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몰릴 경우 금리 인상, 한도 축소 등의 추가 대출관리 조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다. 23일까지 접수한 대출에 대해서는 취급이 가능하지만 이후부터는 기존 대출의 증액 및 재약정도 불가능하다.

농협은행이 신규 주담대를 전면 중단한 것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5~6%)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탓에 유독 대출이 크게 늘었다. 이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135조3160억원으로 지난해 말(126조3322억원)보다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른 시중은행들이 2~4%대 증가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6월에도 모기지신용보험(MCI)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MCG)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에도 주요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섰다. 그럼에도 대출 증가세가 안정화되지 않자 아예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농협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
농협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

가계대출 증가세를 두고 금융당국이 연일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번 대출 중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최근의 가계대출 폭증세에 재차 경고를 보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가계부채에 우려를 표하며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시사한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중단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안정화시키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고객을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가 매우 큰 방법"이라며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이 가계대출 관리를 1순위 과제로 꼽은 상황에서 농협은행이 첫 번째 타깃이 되지 않으려 리스크를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가 다른 은행들에 미칠 파장에 주목한다. 한 은행에서 대출을 중단할 경우 다른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선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A은행 관계자는 "예를 들어 5개 은행으로 갈 대출이 앞으로는 4개 은행에 몰리게 되는 것"이라며 "은행권의 금리 인상이나 한도 축소 가능성이 높다고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B은행 관계자도 "농협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당장 금리를 올리는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추이를 보고, 대출이 몰릴 경우 추가 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했던 은행권 연쇄 대출 중단 조치는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다른 은행들의 경우 대출 중단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이를 중단할 만큼 증가세가 높지 않아서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관계자들은 모두 "대출 중단 계획이 없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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