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동기' 고승범·정은보, 금융수장 첫 회동···"소통과 협력 강화"
'행시 동기' 고승범·정은보, 금융수장 첫 회동···"소통과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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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등 과제 속 양 기관 간 갈등 봉합 기대감 높아져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면담을 갖고 양 기관 간의 협업과 금융현안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틀 만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상견례에 나서며 가계부채 문제 등 금융 관련 협력 방안 모색을 하고 있다. 

두 금융수장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양 기관 간 갈등을 봉합하고 '공조'를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어서다. 고 위원장이 회동을 통해 금감원과 '한 몸'임을 재차 강조한 만큼, 업계에선 그간 대립각을 세웠던 양대 금융 당국의 관계가 해빙기를 맞이하며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고 위원장의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다. 가계부채 급증 등 산적한 난제 해결을 위해선 정 원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고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들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서 이들은 고 위원장 집무실에 머물며 예상됐던 회동 시간인 30분을 넘어서까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 것은 본격적인 정책 공조에 앞서 두 기관의 관계가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비롯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의 사업자 등록, 대환대출 플랫폼 등 금융권 이슈가 쌓여있는 터라 양대 금융 당국의 빠른 정책 추진이 중요한 상황이다.

◇고 위원장, '소통·협력' 강조···갈등 요인 제거

이날 회동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협력'으로 요약된다. 이날 오전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고 위원장이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 몸"이라고 밝힌 것과 연장선상이다.

두 수장은 금융위·금감원 간에 획기적인 소통과 협력의 장을 열어나가기로 했다. 고 위원장은 정 원장의 취임을 축하하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몸'으로 협력해 나가자"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양 기관 간 소통이 중요하다는 게 고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과중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예산 차원에서의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예산 독립과 인사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가상자산 감독 업무 등 금감원의 업무가 늘어난 만큼, 인원을 늘리고 예산을 배정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권을 비롯해 이해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금융 분야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발휘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법상 규정된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수행이 이뤄질 수 있게 힘을 쏟을 것을 제안했다.

◇가계부채 등 공동 대응···사모펀드 제재 방향도 관심사

정은보 금감원장도 정책과 감독에서 금융위와 호흡을 같이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 원장은 "시장과 현장 가까이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금융위의 정책 결정·추진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과 호흡하며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소비자보호 기조가 금융시장에 뿌리내리도록 공동 노력을 지속하자"고 제안했다.

두 기관장은 급증한 가계부채 등 잠재리스크의 뇌관을 미리 제거하는 한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임박한 가운데 위험요인 발견 시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소통과 화합을 통해 금융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수시로 만나 긴밀한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회동테이블에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제재와 관련된 이야기 역시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 시절 사모펀드 불완전사태를 마무리 짓지 못해서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7일 금감원과의 해외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당국의 감독 방향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 원장은 회동을 마친 후 항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항소 여부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면서 "금융위와 잘 협조해서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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