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유예 이자액 2000억원···부실리스크 증가는 '부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달말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 조치가 한 차례 더 연장될 전망이다. 코로나19 4차유행으로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일각에선 금융권에 누적된 부실대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지난달 10일 열렸던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그룹 회장단 간 간담회에서 일정부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들 간 상견례 일정이 이른 시일 내로 잡히지 않을 수 있다"며 "코로나 지원 프로그램 연장과 관련해선 이미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 때 어느 정도 내용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31일 취임한 후 여러 차례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 연장 여부를 추석 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기를 고려했을 때 금융권과 이미 큰 틀에서 재연장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세계경제연구원의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두 가지(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를 같이 검토해 전체적인 방안을 추석 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연장 시기와 이자유예 상환 조치 중단 여부 등 세부 방안을 놓고 막바지 조율에 들어간 상황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조치는 기존과 같이 6개월 재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출만기 조치는 이미 앞선 두 차례 연장 당시에도 6개월씩 연장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0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길어지고 있어 단기간 내 대출을 회수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자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해서는 연장할지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이자유예 조치로 실제 차주의 상환 능력을 파악하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은행 자체 건전성을 파악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대출만기 연장금액은 209조7000억원, 원금상환 유예금액과 이자상환 유예금액은 각각 12조1000억원, 2096억원이다. 유예된 이자 규모 자체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한계 차주'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실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서 유예를 신청한 차주라면 사실상 한계 차주일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체율에 변동이 없는 것도 부실대출을 계속 틀어막고 있기 때문인데, 지원 조치가 모두 종료됐을 때 부실 여파가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