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거래소 폐업 수순···당국, 자금회수 권고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시한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해진 모양새다. 현재 거래소 1위인 업비트만 신고서를 제출한 가운데, 나머지 업체들도 '트래블 룰(Travel Rule)'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자금세탁방지 업무 역량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사업자 신고의 핵심 요건인 실명 계좌 발급을 위한 준비이자 일종의 막바지 '어필'인 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은 지난달 31일 국제자금세탁방지 전문가협회(ACAMS)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코빗의 ACAMS 기업회원 서비스 도입 △코빗의 ACAMS 내 한국 대표 VASP 활동 및 글로벌 표준 마련 △코빗 임직원 대상 송근섭 ACAMS 한국 대표의 자금세탁방지 교육 진행 등이 주요 내용이다.
코빗은 기업회원 서비스를 활용해 모든 임직원들에게 자금세탁방지(AML), 경제 제재 관련 전문 교육을 제공하고, AML 업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빗 관계자는 "글로벌 ACAMS 커뮤니티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해 국제 동향에도 발 빠르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로비트와 에이프로빗은 전 부분 인력 확충에 돌입했다. 프로비트는 준법감시와 관제 등 AML 부분에서, 에이프로빗 역시 준법감시와 백앤드·프론트앤드·데브옵스 등 부분에서 채용을 확대해 고객자산 보호를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당초 업비트와 함께 트래블 룰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을 준비하던 빗썸과 코인원, 코빗은 3사 공동 출자로 합작법인 '코드(CODE)'를 설립했다. 업비트가 자체적으로 트래블 룰 대응을 위해 합작법인에서 탈퇴하면서다.
트래블 룰은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거래인들의 신원 정보를 거래소가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3월25일부터 발효된다. 빗썸, 코인원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NH농협은행이 거래소들에 트래블 룰 구축 전까지 입출금 중단을 요구하면서 사업자 신고의 복병으로 떠오른 상태다.
코드는 트래블 룰 발효에 앞서 관련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밖에도 거래소들의 코인 정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고팍스의 경우 지난 1일 가격 변동의 3배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가상자산의 거래 지원을 일제히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있고, 법규 및 감독당국의 정책 취지에 맞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 종료를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면서 가상화폐 상장 관련 정책을 개편하고 그 세부사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장경보제도' 도입을 통해 불공정 거래의 가능성이 있는 종목 및 가격 변동성이 커진 가상자산의 현황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다.
거래소들의 이런 움직임은 사업자 신고 시한이 임박하면서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오는 24일까지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고 영업해야 한다. 정부가 파악한 거래소 63곳 중 신고서를 제출한 곳은 업비트 한 곳뿐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AML 시스템 구축 등의 노력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초석이기도 하지만, 은행들에 어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면서 "자료를 내고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실명계좌를 내주는 은행들이 조금이라고 참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거래소 줄폐업'의 가능성을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가 신고기한을 연장해 거래소와 이용자에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요구해왔음에도,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기한 연장은 없다'는 당국 입장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에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미신고 사업자 정리 지연에 따른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절차는 은행과 가상자산사업자 간의 사적 계약으로 은행별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구나 당국은 대규모 폐업을 우려해 투자자들에게 예치금 인출 등을 권고하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4일까지 FIU에 신고하지 않는 사업자는 폐업·영업중단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사전에 예치금·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