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실거주 규제 완화···"늘어난 매물 일부에 불과"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결혼을 앞두고 있는 A씨(30)는 신혼집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의왕에 살고 있는 A씨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집값에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해 영끌을 해서라도 매매할 집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가고 정부가 사전청약 늘리는 등 자신이 사는 의왕이 신규택지로 지정되면서, 무리해서 집을 사는 것보다 전세에 살면서 때를 기다려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사전청약' 확대로 공급을 내세워, 청약의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수도권전세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수급상황은 불균형적이다. 최근 재건축 실거주 규제 완화로 전세물량이 소폭 늘었다지만, 정책의 방향이 실거주 위주로 이뤄지며 전세 상승장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8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은 지난 5월 둘째 주부터 4개월가량 0.2%대 중반을 넘는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전세 비수기로 여겨지는 여름철에도 상승폭이 꺾이지 않고 흘러간 것이다.
특히 임대차법 개정 이후 서울 전셋값은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4년여간 4억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약 6개월간 5억원대 유지하다가, 올해 3월부터 6억원대로 상승해 지난 8월에는 6억4345만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불안한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멈추기 위해 정부는 사전청약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1차 사전청약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오는 2024년까지 사전청약을 통한 주택 공급물량을 10만1000가구를 더 늘리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요자가 선호하는 민간 분양아파트와 도심 핵심입지에 주인을 조기에 찾아주는 사전청약을 대폭 실시해 시장 수요 진정과 주택시장 안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의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전청약이 진행하면 실제 입주까지 시기가 길어지고, 이를 무주택기간으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이어지고, 임대시장에서는 수요가 늘어나 부담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전세시장의 '공급'을 줄 수 있는 신축 입주물량 또한 서울의 경우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다. 부동산114가 9~11월까지 전국에 입주할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총 8만3059가구다. 이 중 서울은 6304가구로 이는 지난해보다 1436가구가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7.0으로 4개월째 상승 중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어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191.1이라는 역대 최고치를 찍고 등락 중이지만, 100 밑으로 내려온 적은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등 입주 물량이 줄어들었는데, 줄어들고 있는 물량 조차도 분양가상한제 지역 실거주 의무 사항 등 세금부분이나 정책 방향이 실거주로 향하고 있어서 입주물량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적어지고 있다"며 "또한 임대차법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중되고 있어 임차인에게는 계속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3306건으로 재건축 실거주 의무 백지화가 발표된 지난 7월13일 1만9752건과 비교할때 16.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299건으로 두달전에 비하면 2.7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재건축 실거주 완화로 전세 물량이 늘어난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사전청약처럼 전체적인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아니다"며 "올해 전세시장의 하방압력이 가해질 요소가 현재로선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 지속적인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