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집테크①] 다 산다는 내 집? 상위 20%만 산다
[MZ세대의 집테크①] 다 산다는 내 집? 상위 20%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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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하위 80%, 부동산 자산 0···상위 2%는 41% 소유
친인척 돈 빌려주기, 증여 등 공고해진 청년 금수저 계층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나민수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나민수 기자)

집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특히, 1981~1995년생인 밀레니얼(M) 세대와 1996년생 이후 세대인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정부에서는 1인가구와 신혼부부 등에게도 청약의 기회를 넓혀주는 등 공급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체감하기엔 역부족인 듯 하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MZ세대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노제욱 기자] "최근 들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집을 지금 사지 못하면, 진짜 못 살수도 있겠다 싶은 조바심이 들었어요." (인천에 집을 마련한 중학교 교사인 30세 이 모씨)

헐레벌떡. 이씨가 집을 산 모양새를 표현하는 말로 가장 적절해 보인다. 이씨는 "신혼집을 구하면서, 사실 전세를 구하려고 했어요"라며 3기 신도시 청약도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매매로 급작스럽게 마음을 바꿨던 건, 투자가치로 봤을 때 상승할 만한 집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에 투기과열지구였지만 신혼부부가 받을 수 있는 LTV를 모두 받고, 나머지는 양가 부모님이 조금씩 도와 준 자금과 3년 넘게 직장생활하면서 벌었던 돈을 신혼집을 사는 데 다 털어 넣었다. 

그는 "지하철이 뚫릴 거란 이야기를 듣고 오를 집이라 생각하니 샀던 거고, 부모님이 보태주신 돈이 없었다면 집을 살 생각까진 하진 못했을 것"이라며 매매 덕을 부모님께 돌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에 거주하는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20대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뉴스 1위로 '부동산 폭등'이 꼽혔다. 

집값 급등이 청년들의 '일할 맛'을 없애는 가운데, MZ세대는 집 사는 데 여념이 없다. 2019년 서울 아파트 거래 중 30대 이하의 비중은 32%였지만, 지난해 37%로 증가했고 올해 7월까지 42%에 달한다. 

MZ세대가 집을 사기 위해 아등바등 하는 데 아이러니 하게도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하는 가구주의 연령은 높아져만 간다. 2017년 39.1세에서 2020년 39.9세로 지속적으로 커졌고, 최근 4년 새 내 집을 마련한 가구주의 평균 연령도 43.7세로 전년(42.8세)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는 MZ세대가 적극적으로 집을 사들여도 생애 최초 내 집 가구가 줄어들지 않는 건, 무주택자인 청년이 아닌 유주택자인 MZ세대가 다주택자가 되는 구조일 가능성이 크다.   

가구주 연령대별 부동산 계층의 부동산 자산 보유 비율. (그래프=LAB2050)
가구주 연령대별 부동산 계층의 부동산 자산 보유 비율. (그래프=LAB2050)

LAB2050의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부동산 계층 DB로 본 계층별 사회경제적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 중 20대에서 부동산 자산 상위와 하위 간 격차가 가장 컸다. 지난해 기준 20대 가구주 중 상위 2%는 전체 20대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41.2%를 소유했다. 반면 하위 80%는 부동산 자산은 없었다. 

집을 많이 사고 있는 30대의 경우 상위 30%가 가진 보유 부동산액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반면 40~60대 이상 가구주 가구의 경우 최상위 계층을 제외하면 차이는 크지 않았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MZ세대 중 집을 사는 사람들은 무리한 패닉 바잉이라기 보다는 소득과 자산을 축적한 상위 20% 가구의 무리 없는 주택 구입"이라며 "이들은 갭투자를 통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이상 금액대의 주택 구입까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주변에서 갭투자로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83년생 정 모씨는 현재 서울 송파구 빌라와 경기 성남 분당구 아파트 2채를 가졌다. 그는 제약회사에 다니며, 사내커플이었던 현재 아내와 7년 전 결혼했다. 그도 첫 시작은 부모님이 도와주셨던 전세였지만, 집주인이 월세로 바꾼다는 말에 매매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2016년 송파구에 구축 빌라를 산 후, 부동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2019년 분당 아파트를 추가 구매했다. 두 곳 모두 전세세입자를 구해 현재는 타지역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이처럼 '상위 20% MZ세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세부현황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금조달계획서상 '그 밖의 차입금'을 이용했다고 기재한 MZ세대가 크게 늘어났다. 그 밖에 차입금이란 금융기관 대출 외에 부모나 친·인척 등으로부터 주택 구매 자금을 빌렸을 때 기재하는 항목으로, 이를 자금조달계획서에 적은 10~30대 비중이 △2018년 13% △2019년 15% △202년 20%로 늘어났다. 

또한 2016년 4.7%에 머물던 서울 주택 증여거래 비중이 5년 만에 12.8%로 수치가 크게 증가했다. 다주택자가 매각을 통해 세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자녀에게 주는 것이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세보증금대출로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이 모씨(28세)는 "내 주변에는 집 산다는 이는 딱히 못 본 것 같은데, 뉴스에서는 가득 있다"며 "가진 자들이 부동산 다 올려놓고, 이제서야 끝물에 뛰어드는 느낌이라 내 집 마련은 나에게 없을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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