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험사, '경증치매 보장' 출시
"日, 공적보험 보완+서비스 다양"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치매국가책임제'가 적극 논의, 추진되면서 민간 보험업계의 치매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에 대한 보험업계의 대비는 걸음마 수준이다.
28일 중앙치매센터에서 제공한 '2020년 대한민국 치매현황'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771만8616명) 중 치매환자 수는(86만4805명)는 11.2%를 차지했다.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은 이미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증가 속도가 빠르다. 치매환자 수는 지난 2010년 이후 9년간 약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노인 인구 증가보다 빠른 속도로, 오는 2024년에는 치매환자가 100만명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치매 환자 증가로 의료비뿐 아니라 주변 가족들의 간병 부담도 늘어나면서 치매보험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치매보험 신규 계약건수는 80만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60만건) 대비 33%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 보험사들도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추진에 힘입어 치매 관련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제도 시행 초기에는 경증치매를 고액으로 보장하는 치매보험 시장 경쟁이 치열하기도 했다. 최근 출시된 치매보험들은 아예 단계별로 치매를 보장하거나, 간병인 지원·생활자금 보증지금 기간 등을 특약에 넣어 보장범위를 넓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치매 관련 통계가 축적되지 못했고, 보험금 지급·언더라이팅 등이 어려워 보장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가족 상황·치매 단계별 보장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치매보험은 치매 정도에 따라 단계별 보장 금액이 달라진다. 치매는 임상치매척도(CDR)에 따라 최경도(0.5점), 경도(1점), 중증도(2점), 중증(3점 이상)으로 나뉘는데, 현재 치매환자 중 경증(2점 이하)에 해당하는 치매환자가 전체 환자 수의 67.2%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CDR 점수나 장기요양등급 등을 기준으로 보장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경증치매에 대해 보장이 잘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엔 다른 보험에서 질병휴유장애 등 특약 형태로 보장하는 경우도 있어 다른 보험 특약으로 진단비를 보장하는지, 간병비를 보장하는지, 보장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렇듯 국내 보험사의 치매 상품 개발에도 불이 붙었지만 여전히 보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적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치매보험 상품이 아직까지 다양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나라보다 초고령 사회에 일찍 진입한 일본의 경우 치매보험 관련 상품 제공 및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금융당국이 민간 보험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 보험사들은 회사 직원들의 간병퇴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직원 부모 간병비용보장보험을 단체상품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기업이 보험료의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이다. 생명보험사가 지난 2010년부터 간병사업자와 연계해 간병보험상품에 부가형 간병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치매예방과 치매 친화사회 구축 서비스도 제공한다. 메이지야스다생명은 치매예방 앱으로 인지기능 감소를 평가할 수 있고 보험금 청구 방문서비스를 도입했다. 다이이치생명은 치매예방 앱, 긴급 비상 방문서비스, 뇌운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손포재팬그룹은 간병도우미 자택 상주 서비스, 돌봄 제공 고령자 하우스, 치매케어, 식단 개발, 식사 돌봄 등을 운영한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금융당국과 보험산업은 합의된 금융정책과 포용 사업모델 구축으로 치매보험이 단순 보장을 넘어 결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며 "우리나라도 예방·치료·요양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사업 진입, 서비스 확대 여부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최근 국내에도 헬스케어, 건강관리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만큼 치매보험과의 연계, 상품 개발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