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 커 배당금만으론 충당 못해···경영권 약화 우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1조4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받은 유산에 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홍 전 관장의 두 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삼성SDS와 삼성생명 등의 주식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까지 포함해 삼성일가가 납입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이 넘는다. 이는 국내외 기업인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수 8조4000억원을 크게 웃돌 뿐 아니라 지난해 상반기 4조1000억원과 비교할 경우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위해 삼성 일가는 최근 장충동 1가 저택을 196억원에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제일제당 부장에게 매각하는 등 유산을 정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일각에서는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경영권 약화 우려가 제기된다. 배당금만으로는 막대한 상속세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로 주식이나 부동산 매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호소도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 전 관장은 지난 5일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에 대해 KB국민은행과 주식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8일 종가(7만1500원) 기준으로 1조4258억원에 달하며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0.33%에 해당한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개인 최대 주주로 현재 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처분신탁의 목적은 '상속세 납부용'이며 계약기간은 내년 4월 25일까지다.
같은 날 이 사장도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1.95%, 8일 종가 기준 2422억원), 이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2473억원),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2422억원)에 KB국민은행과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식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 관련 공시가 없다. 이날 하루에만 삼성 일가가 처분하려는 주식 가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2조1575억원에 달한다.
삼성 일가가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삼성생명 등 보유 주식의 일부를 법원에 공탁한 적은 있지만, 신탁을 통해 직접 주식을 처분하는 건 처음이다.
한편 이 회장은 주식·부동산·미술품 등 약 26조원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계열사 주식 지분 가치만 약 19조원에 달한다.
이에 삼성 일가는 올해 4월 용산세무서에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향후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 규모만 보더라도, 홍 전 관장은 3조1000억원, 이 부회장 2조9000억원, 이 사장 2조6000억원, 이 이사장 2조4000억원가량으로 각각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