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등 대형사와 경쟁 쉽지 않아 선택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중견건설사들이 소규모 재건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지들이 입찰에 나서고 있으나, 브랜드 파워 등 대형사와의 경쟁이 쉽지 않아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활로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견건설사들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 소식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호반건설은 △부천 삼익아파트2동 △인천 서구 석남동 일원 △인천 동진3차아파트 △부천 삼익아파트1동 등 올해 4건의 사업을 수주했다.
쌍용건설은 △부산 태광맨션 △경기도 안양 삼덕진주 △부산 온천제2공영 일원 등 올해 총 3건을 수주했다. DL건설도 지난 2일 대구 수창동 일대 사업을 수주했으며, 지난달에는 서울 성북구 석관1-3구역 사업을 따냈다.
소위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일반 재건축과 달리 주변 주거환경을 유지하고, 해당 소규모 주택지역만 정비하는 사업이다. 재건축‧재개발은 통상 8~10년 걸리지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평균 2~3년의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들이 대거 입찰에 나서고 있으나, 대부분 중견사는 이에 참여하는 대신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브랜드 파워, 회사 규모 차이 등 현실적으로 대형사와의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소규모 사업 수주에 힘을 쏟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대형사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했으나, 이들이 근래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 집중하면서 경쟁이 덜 해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사가 브랜드 파워, 인지도 등을 갖춘 대형사와 경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형사들이 비교적 규모가 큰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경쟁하는 사이, 중견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하기 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규모가 비교적 작은 만큼, 공사비 등에 있어 중견사가 조합의 요구에 더 맞출 수 있기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중견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 시장에 대형사들보다 먼저 진출한 부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B 건설사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있어서는 중견사들이 대형사보다 평당 단가 등 조합의 요구에 더 맞춰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며 "또 중견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 시장에 일찍이 공을 들여온 만큼, 특히 지방 5대 광역시 등에서는 중견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남은 기간 중견사들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건설과 금호건설의 2파전이 성사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사업이 오는 30일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며, 호반건설과 동부건설이 경쟁하고 있는 서울 종로 숭인동 일대 사업은 다음 달 초 시공사 선정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