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검사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할 때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재량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금융사고를 일으킨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 잇단 징계를 내렸던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는 감독·검사방향을 달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원장의 경우 소비자보호 강화 소신을 내세우며 금융사 CEO들에 중징계를 내리면서 업권 내 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정 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그 신뢰는 예측가능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예측 가능성은 결국 법과 원칙에서 나오는데, 그런 측면에서 금융감독원이 감독을 할 때 법과 원칙의 테두리에 맞지 않는 재량적 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밝혔던 금융감독 수행 기본원칙과도 부합하는 발언이다. 정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향후 금융감독업무 수행에 있어 △법과 원칙에 따른 금융감독 행정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의 조화·균형 △사전 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등 3가지 기본 원칙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대내외 위험요인과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상시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수시 테마검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정 원장은 "소비자에 대한 사후적인 보상을 통해서는 소비자 보호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다"며 "전체적인 감독행정을 운영할 때 사전예방과 사후감독이 균형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상호금융 등 2금융권보다 1금융권인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더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선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라고 답했다.

정 원장은 "금리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감독 차원에서는 계속해서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은행장들과 전세대출과 관련한 특별한 논의는 없었다고도 했다. 현재 시장에는 전세대출 분할상환, 고가 주택 전세대출 금지 등 전세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이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 원장은 "실소유자들에 대한 금융 접근성 문제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해달라 부탁의 말씀을 드렸고, 그 과정에서 개별 은행 단위에서도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징계·제재를 완화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과 관련해선 "내부통제와 관련된 제도들은 개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국에서 할 수 있는 사전·사후적인 감독 또는 검사 제재에 의한 리스크 요인 등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당국 혼자만으로는 그런 것들이 다 완벽하게 이뤄지긴 어렵고 그런 면에서 자율적인 내부통제 제도도 감독당국의 감독과 궤를 같이 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에 있어 금감원의 감독 역할과 금융회사의 자율적 감독 역할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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