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로 영업엔 한계···연말 예적금 만기 대비 차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근 저축은행 사이에서 예금 금리인상과 더불어 '특판(특별 판매)' 경쟁이 다시금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통상 저축은행들이 평소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경우는 대출 확대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일 때가 많으나, 이번엔 배경이 사뭇 다르다.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저축은행에도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규제가 적용되면서 영업 환경이 달라진 만큼, 연말에 도래하는 예·적금 만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크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최근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기존보다 0.06%포인트(p) 높은 최대 연 2.61%로 올렸다. 1인 10만원 이상부터 가입 가능하며, 12개월 이상 거치할 경우 별도의 조건 없이 최고 금리가 적용된다.
금리가 최대 연 8%를 넘는 특판 상품도 등장했다. 하나저축은행이 모바일 앱 '하나원큐저축은행'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내놓은 '연 8.5% 정기적금 특별 이벤트'는 월 가입금액이 최대 10만원이나, 기존금리 연 2.3%에 더해 우대금리를 최대 6.2%까지 적용한다.
특히 신용평점 조회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신용평점이 665~869점 사이에 해당될 경우 3%, 이 외는 1.5%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신용평점 조회없이 마케팅 동의만으로도 3.1% 우대금리를 제공하는데, 비대면 가입 0.1% 우대금리는 자동으로 적용한다.
OK저축은행도 총 3000억원 한도로 연 2.2% 금리가 적용되는 '중도해지OK 정기예금369' 특판에 나섰다. 3개월 단위 변동금리가 적용되며 가입금액은 10만원 이상 30억원까지다.
이 밖에도 모아저축은행은 이날부터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모아 삼프로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6개월 만기 앱 전용 상품으로, 1인당 100만원 이상 1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500억원 한도 소진 시까지 판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주요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상에다 줄줄이 특판에 나서면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지난달에 비해 0.02%p 올랐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중앙회가 집계한 국내 저축은행 79개사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2개월 기준 2.27%다. 지난 1월 1.89%였던 금리는 7월 2%를 넘어선 후 현재까지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들의 수신 경쟁을 두고 연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예·적금에 대비, 예수금을 확보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준비 차원에서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말에는 만기 도래하는 자금 비중이 높은 편이라, 예수금 확보 차원에서 수신금리를 소폭 인상하게 된 것"이라며 "예수금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정해두고 특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축은행들의 이런 행보는 중소형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규제에 따라 대출 영업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인 터라 굳이 예·적금 금리를 높일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대형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은 예·적금을 통해 대출을 위한 자금 대부분을 조달하는데, 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 따라 전년 말 대비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율을 21.1%로 맞춰야 한다. 현재 대형사 몇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저축은행의 대출 총량이 한계치에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규제로 영업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당장 예·적금 금리를 높일 이유가 없다"면서 "저축은행 전반적으로 수신금리 인상 분위기가 있긴 하나, 저마다 예수금 규모를 확보하면 금리를 다시 떨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