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웃돈 것은 물론, 31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앞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중국 생산자물가까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늠할 수 있는 세계 물가 지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는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올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과 비교해 6.2%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번 물가 오름폭은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에서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5.9%를 넘어선 결과이며, 지난 1990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한 미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5.4%) 오름폭에 이어 1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월대비로도 0.9%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0.6%를 웃돌았으며, 최근 4개월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류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월(0.2%) 대비 0.6%, 전년동월대비 4.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동월대비로는 지난 1991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2개월 연속 4%를 유지했다.
로이터통신은 "2년동안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노동시장을 뒤흔들었고, 원자재를 생산하고 공장에서 소비자로 상품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근로자는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구호 속 상품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반해, 생산에 차질은 빚는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은 지속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재차 가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세계 경제는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돌입하면서 긴축 흐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준은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조기 금리 인상과 선을 긋자 투자심리가 살아난 미국 증시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왔다.
하지만 10일 오전 발표된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전년동월대비 13.5%↑)으로 발표된 것은 물론, 전날 나온 미국 PPI 역시 전년동월대비 8.6% 뛰어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렇듯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두 경제 대국의 물가 오름세가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연준의 향후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연준은 이달부터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150억달러씩 줄이기로 했으며, 내년부터는 경제 상황 전망에 따라 테이퍼링 규모를 조정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 급등세를 확인한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더욱 올릴 수 있고, 나아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연준 내 2인자이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발언이 나온지 일주일 만에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신호를 내비쳤다.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 "연준이 금리 인상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경제 전망이 정확하다면 기준금리 목표 범위 상승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내년 말에는 충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