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인사③] 주주구성 바뀌는 우리금융···권광석 은행장 3연임 성공할까
[금융 CEO 인사③] 주주구성 바뀌는 우리금융···권광석 은행장 3연임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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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임기···'안정이냐 변화냐' 선택의 기로
호실적에 연임 '무게'···새 과점주주 의향 '변수'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5대 금융그룹 중 내년 3월 회장 임기를 앞둔 하나금융, 지난 1일 허인 은행장이 임기를 맞아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한 KB금융과 함께 지배구조와 관련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 우리금융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59·사진)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지분을 처리하면서 완전 민영화를 진행중인데, 과점주주들의 입김이 유독 강하게 작용해온 곳이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주주로 편입될 과점주주도 자신들의 지분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권 행장이 임기를 맞게된다. 지난해 취임 당시 이례적으로 1년 임기를 부여받은 권 행장은 올해 초 1년 더 임기를 연장했다. 당시 업계에선 적어도 2년의 임기가 추가로 주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경영 성과를 지켜본 후 재연장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피 말리는 은행장 생활을 이어오고 있을 권 행장이 3연임을 앞두고 새로운 킹메이커의 마음을 붙잡아야 하는 만만치 않은 상황과 맞닥뜨린 형국이다. 

권 행장이 받아든 올해 예상 경영 성적표만 보면 과점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도 남을 정도다. 다만 새롭게 합류하게 될 과점주주도 기존 주주들과 한 목소리를 낼 것인가.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존 주주들이 부여한 '실적 회복'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룬 만큼 그 공로를 인정할 것이라는 시각과 지배구조 재정비 차원에서 변화를 주려고할 수 있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권 행장의 거취를 결정지을 변수들을 더 깊숙히 들여다볼 경우, 권 행장이 2년의 재임 기간 중 손태승 회장과의 '케미'를 어느 정도까지 끌어 올렸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 호조' 권 행장, 자추위 미션 달성

금융권의 객관적인 평가는 최근 우리은행 실적이 수직 상승했다는 점에서 연임 조건을 갖췄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올 3분기까지 1조986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내면서 3분기 만에 2019년(1조5408억원), 2020년(1조3632억원) 연간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며 급증한 대출 수요와 당국의 대출 총량규제로 확대된 예대마진 등이 맞물린 결과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이 지주사 전환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도 은행의 역할이 컸다. 우리금융은 2조1983억원의 누적 순익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 우리은행이 82.6%라는 높은 순익 비중을 차지했다.

타 금융지주 대비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금융으로서는 높은 실적을 견인한 우리은행장의 공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추위가 권 행장에게 실적 회복을 분명하게 주문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는 권 행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기엔 명분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영의 연속성' 역시 우리금융 자추위의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플랫폼의 금융진출 확대로 경쟁구도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 행장이 디지털금융 전환 움직임의 선두에 서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자추위가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권 행장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따라 금융·플랫폼 고도화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5월엔 디지털은행 전환에 힘을 싣고자 외부 전문가 영입과 조직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 디지털그룹 DI추진단장(본부장)에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부장을 영입한 데 이어 기존 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격상한 것이다.

최근 AI 시장 예측 시스템·초개인화 마케팅 체계 구축 등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1년이라는 연임 임기가 경영 일관성을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자추위가 연임을 통해 중장기 성장을 꾀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바뀐 '킹메이커' 영향은?

다만 권 행장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권 행장의 임기가 '완전 민영화'라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지배구조를 결정짓는 요소에 다소 복잡한 변수가 만들어 졌다는 점에서다. 호실적과 경영 연속성을 바탕으로 권 행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한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2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지분 매각을 통해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4%를 낙찰받아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했고, KTB자산운용은 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과 두나무, 우리사주조합은 각 1%씩 낙찰받았다. 총 9.3%다. 이에따라 매각이 완료될 경우 우리금융 주요 주주는 우리사주조합(9.80%), 국민연금(9.42%), 예보(5.80%) 등으로 지분율 순서가 바뀐다. 

과점주주 변화에 따라 '킹메이커'인 사외이사 구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한 과점주주는 IMM PE(5.57%), 유진PE(4.0%), 푸본생명(3.97%), 한국투자증권(3.77%), 키움증권(3.73%), 한화생명(3.16%) 등이다. 계획대로 내달 매각절차가 종결된다면 낙찰자인 유진PE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임시주총에서 선임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사외이사 선임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3월 말에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해왔던 것과 달리 임시주총에서 선임을 하려는 것은 우리금융 경영에 하루빨리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한 템포 빠른 선임 시기로 인해 새 사외이사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권한 갖은 자추위에 참여할 여지도 커졌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노성태·박상용·정찬형·장동우 등 4명의 사외이사로 꾸려진 자추위는 내년 1월에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예고된 새 사외이사의 선임과 맞물리는 시점이다.

사외이사 선임에 앞서 자추위가 가동될 수도 있지만 이사회 결의가 이뤄진다면 중간에 합류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는 '자추위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위원은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한다'고 돼 있다.

특히 과점주주인 동양생명이 추천한 전지평 사외이사가 동양생명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으로 지난 8월 중도 퇴임한 데 이어, 지난 9월 푸본생명 출신 첨문악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 터라, 새 사외이사로 공백을 메우려고 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타 금융지주에 비해 부족한 사외이사진을 두고 이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아직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없기도 하고, 바뀐 킹메이커에도 불구하고 손태승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면서도 "손 회장과 함께 새 과점주주가 완전 민영화를 기점으로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면 권 행장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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