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허인 부회장-이재근 행장' 가동···'포스트 윤종규'는? (종합)
KB금융, '허인 부회장-이재근 행장' 가동···'포스트 윤종규'는?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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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허인·이동철 '동갑 부회장 3인방' 경쟁체제 유력
윤 회장, 2023년 임기 연장시 '세대교체 직행' 가능성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재근(55)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이 차기 KB국민은행장에 내정됐다. 50대 중반인 이 이사부행장을 발탁함으로써 국민은행이 쌓아온 '젊은 행장' 이미지를 이어가는 동시에 세대 교체를 안정적으로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이재근 행장 후보자는 내부 살림을 책임지는 재무분야와 야전사령탑으로 통하는 영업분야를 총괄한 이력으로 은행 안팎의 사정에 능통한 인물로 꼽힌다. 재무통인 윤종규(66) KB금융지주 회장과 영업통인 허인(60) 현 국민은행장과 '닮은꼴' 이력으로도 통한다.

이 후보자는 1966년생으로 1967년생인 하정(54) 자본시장그룹 부행장과 더불어 부행장들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지난 2019년 말 영업총괄이란 중책을 맡음과 동시에 부행장단을 이끌 이사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당시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KB금융지주는 1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추천했다.

대추위는 지난 1년간 은행장 자격요건에 부합하는 내·외부 후보 풀(Pool)을 상시적으로 리뷰·검증해왔다. 지난 10월 27일부터는 사전 검증된 후보자를 대상으로 차기 은행장 후보 선정 기준 및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2017년부터 국민은행을 이끌며 리딩뱅크에 올려놓은 허인 행장이 이달 임기만료 후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바통을 이어받아 안정적으로 은행을 이끌 인물로 이 이사부행장을 낙점했다.

대추위 관계자는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역량, 적정성 등을 비교했고, 은행의 경영상황과 그룹 시너지 창출 부분 등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은행 영업그룹대표(이사부행장), 경영기획그룹대표(전무), 지주 CFO(상무) 등을 역임하며 그룹 핵심 직무(영업·재무·전략)를 폭넓게 경험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룹의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경영관리위원회 일원으로서 조직 운영 전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가 윤종규 회장, 허인 행장과 유사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윤 회장은 그룹에서 오랜 기간 CFO로 활약한 인물로, 전설적인 재무통으로 회자되곤 한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던 윤 회장은 기업 성장의 기반에 재무가 있다고 판단, 그룹 재무역량을 크게 키워왔다.

허 행장은 은행장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여신심사본부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냈다. 오랜 기간 영업점 현장에서 감각을 익힌 정통 영업맨으로도 불린다. 영업과 재무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이 이사부행장을 차기 은행장에 내정함으로써 국민은행으로선 약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자는 평소 온화한 성품과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리더십으로 임직원들의 높은 신망과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추위는 이 후보자에 대해 "KB국민은행의 '넘버원(No.1)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도약과 글로벌 사업부문의 양적·질적성장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혁신역량와 실행력을 겸비했다"며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 은행다운 KB국민은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은행이 사회에 기여하고 모범이 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KB국민은행이 한국의 은행 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직원분들과 협심해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달 열리는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 최종 심사와 은행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이재근 차기 KB국민은행 후보자. (사진=KB금융지주)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이재근 차기 KB국민은행 후보자. (사진=KB금융지주)

KB금융지주는 허인 현 국민은행장이 내년 1월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할 것이란 인사내용도 함께 밝혔다. 허 행장은 재임기간 동안 최대 실적을 내는 동시에 디지털·글로벌 부문에서 성과를 보이는 등 안정적인 경영능력으로 일찍이 그룹 부회장직으로의 이동이 점쳐졌다. 

허 행장이 그룹 내 2인자인 부회장직으로 이동하면서 윤종규 회장의 후계구도 만들기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윤 회장의 임기가 오는 2023년 11월로 2년 가량 남아있어 이번 인사부터 '포스트 윤종규' 발굴을 위한 후계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는 오는 20일쯤 계열사 대표 인사를 단행한 이후 이달말쯤 그룹 부회장단 인사와 계열사 임원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관전포인트는 허 행장과 함께 후계 레이스에 오를 인물이다. 지난해 KB손해보험 대표에서 지주 부회장으로 영전한 양종희 부회장이 이번 임원인사에서 연임한다면 허 행장과 함께 양강구도를 이루게 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허 행장과 함께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해 양 부회장과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 사장은 국민은행에 입행해 지주에서 전략총괄(CSO) 부사장 등 요직을 거친 인물로 2018년 초부터 국민카드를 이끌고 있다. 지난 4년간 기업 체질과 실적 개선에 성공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양 부회장과 허 행장, 이 사장은 입행 시기도 1~2년 차이로 비슷하다.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그룹 내 존재감을 다져왔다는 점에서 회장 후보로 손색 없다는 평가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전부터 2개의 지주 부회장직이 이번에 신설되고 허인 행장이 그 자리로 이동할 것이란 얘기가 있었는데, 남은 한 자리는 이동철 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며 "3파전 구도를 형성해 치열한 후계경쟁을 펼치도록 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사장이 허 행장과 함께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해 '3인 부회장' 체제가 형성될 경우 '포스트 윤종규' 구도는 이들의 경쟁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23년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 회장이 한차례 더 유임할 경우를 가정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윤 회장의 임기가 2023년으로 끝날 경우 이들 중에서 한 명이 회장에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윤 회장의 임기가 연장될 경우 나이를 감안하면 이들 부 회장 중에서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나이가 60대 중반을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3인 부회장 체제가 가동 되더라도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3년까지는 후계구도와 관련해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다소 모호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포스트 윤종규' 구도는 윤 회장의 퇴임 싯점이 2023년이냐 아니면 한차례 연임을 더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23년 11월 윤 회장의 거취에 따라 차기 회장 자리가 3인 부회장 중 한 명에게 주어질수도, 이들을 건너뛰고 세대교체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를 가정한다면 이번에 발탁된 이 행장은 세대교체 후보군에 선착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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