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오름세 전망···"FOMC 테이퍼링 가속화될 듯"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이번주(6~10일) 원·달러 환율은 다시 시작된 중국 헝다 파산 리스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메시지 등 글로벌 이슈의 영향을 받으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오미크론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정도 진정된 상황이지만, 환율 변동성을 높일 재료는 아직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은 이번주 미국 생산자물가·소비자물가 발표를 기다리며 다음주 개최될 FOMC회의에 대한 경계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예상 밴드는 1170원 후반대에서 1190원 초반대까지 폭 넓게 제시됐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9원 오른 달러당 1183.0원으로 마감했다. 전장대비 3.9원 오른 달러당 1184.0원에 개장한 환율은 장 초반 1180원 초반대를 나타내다가 초중반대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오전 10시33분 기준으로는 전거래일 종가보다 4.4원 오른 달러당 1184.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 연준의 조기 긴축 가능성 등에 따른 위험회피심리가 지속되며 주가와 금리가 하락했다. 반면 미 달러화는 예상치 못한 보합세를 나타냈다.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엔화 강세와 연준의 조기 긴축 가능성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는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도 연준의 매파적인 발언에 영향을 받아 96선 초중반대를 오갔다.
이런 와중에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디폴트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헝다 파산 리스크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헝다는 지난 3일 밤 "2억6000만달러(약 3075억원)에 대한 채무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기습 공시했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회사를 살리겠다고 선언한지 약 3개월 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헝다 파산 리스크가 이미 한번 노출된 이슈이긴 하지만 중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관리에 나서 극단적인 파산 위기를 피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위험심리 회피를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원화는 글로벌 리스크에 취약한 통화군에 속한다. 글로벌 리스크 확대기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면 반대로 원화는 변동성이 확대되다가 결과적으로 원·달러환율은 상승 곡선을 그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글로벌 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근 글로벌 달러화 향방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연준의 스탠스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11월 미국 비농가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연준은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고용지표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분명히한 것이다.
이런 연준의 메시지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되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의회 증언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 아니기 때문에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 주요 인사들도 오미크론 확산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주와 다음주는 환율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가 유독 많다. 중국 11월 수출 지표는 오는 7일에, 미국 11월 소비자물가는 주 후반인 10일 발표된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주에 진행될 계획이다.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6.7% 증가해 10월(6.2%)에 이어 2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10월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미국의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상승에 영향을 받아 30년만에 가장 가파른 곡선을 보였다. 이는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가속화 가능성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강달러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 김연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1175~1185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른 자산 시장 변동성 리스크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위험자산인 한국 원화의 약세 요인이다. 게다가 이주 발표 예정인 미국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 추세가 마무리되었다고 보기엔 어렵다. 이에 원·달러도 추가로 하락하기보다는 완만한 상승을 예상한다.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178~1190원
오미크론발(發) 글로벌 리스크 오프 심리가 확산되며 주간으로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등의 안전자산 통화가 강세를 보였다. 그동안 금리 차와 연동돼 움직이던 엔화는 변동성 지수 급등과 맞물려 강세폭을 확대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장기금리 하락에도 매파적인 연준 스탠스를 반영하면서 단기금리가 견조한 흐름 지속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 압력을 지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테이퍼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는 기존의 견해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맞물려 연준의 총자산 증가율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달러의 방향성은 대체로 강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