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금융 규모, 4년간 2.5배 성장..."워싱 방지 정책·체계 마련할 시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ESG 금융 규모가 49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 2017년 대비 200%이상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양적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으나 ESG 공시체계, ESG 워싱 방지 정책 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이용우 국회의원실은 '2020 한국 ESG 금융 백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백서에는 국내 금융기관의 ESG 규모·방식·목표 등 ESG 금융의 전반적인 현황과 제도적 개선 과제가 담겼다.
백서에 따르면 국내 ESG 금융은 2017년 144조원에서 지난해 492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ESG 대출·ESG 투자는 각각 184조원, 188조원으로 전체 규모 중 75.6%를 차지했다. ESG 상품은 62조원, ESG 채권은 59조원으로 파악됐다.
ESG 이슈별로는 환경(E)이 72조원, 사회(S)가 219조원, 지배구조(G)는 2000억원을 나타냈다. 특히 사회 분야(44%) 규모가 환경 분야(15%)에 비해 세배 가량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ESG 금융 목표를 수립했다고 보고한 금융기관은 총 32개로 집계됐다. 이 중 민간금융기관은 27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ESG 금융 목표와 관련한 체계와 기준은 아직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백서는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 발표한 '2021 녹색금융 추진계획'은 ESG 금융 전반을 아우르지 못한다며 이를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제언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그린워싱과 소셜워싱, 즉 ESG 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서 녹색분류체계뿐만 아니라 사회분류체계의 조속한 개발과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과거 무늬만 녹색금융이 활개쳤던 뼈아픈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려면 투명한 ESG 정보공개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자체적인 기준을 적용해 금융활동을 하고 있지만, 평가의 불투명성·투자 기준의 불확실성이 'ESG 워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SG 워싱이란 외적인 ESG 경영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올해 안에 녹색경제분류체계를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LNG 발전의 포함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예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반면 유럽연합은 그린 택소노미를 마련했고, 올해 7월 사회적 택소노미(Social Taxonomy) 초안도 내놨다.
김 이사장은 "유럽연합은 2018년 법·제도 패키지 성격의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과 지속가능경제를 위한 그린 택소노미, 사회 택소노미 등 분류체계를 마련했다"며 "우리나라도 EU의 모델을 적극 벤치마킹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