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한 성장 흐름 속 물가 상승 압력 장기화
오미크론 등 불확실성 여전 "아직 회복 단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긴축 수준까지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단행을 '긴축' 아닌 '정상화'로 강조했던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내년 최대 3회의 금리 인상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부총재보는 이날 '2021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기준금리를 올해 두 번 올렸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한은이 지난달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내년 1분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사실상 내년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앞서 한은은 올해 8월(0.5%→0.75%)과 11월(0.75%→1.00%)에 기준금리를 0.25%p씩 올려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린 바 있다.
박 부총재보는 "현재의 전망 하에서 경기는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높고 길게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실물 경제 여건이 좋아지는 경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는 보다 완화적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리 인상이 가계 차입자의 금융부담을 높이고 과도한 수익추구 행위를 절제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가계 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어느 정도 둔화되고 있는지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쉽지 않고, 금융불균형 누적 상황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계 부채 증가 둔화가 추세적으로 이어지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이르며, 계속 유의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수준이 긴축 수준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전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 변이 바이러스 출현, 글로벌 공급망 차질 해소 지연 등 최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경기 리스크 요인들을 충분히 분석하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내년 최대 3차례 금리 인상까지는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내년도 금리 수준은 1.25~1.75%이다.
박 부총재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까지 감안한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긴축 수준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우리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서 회복하는 단계에 있다"며 "성장세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긴축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지금의 시계에서 생각하기 어렵다. 아직은 고려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이번 통신보고서에는 지난 9월 보고서보다 향후 경기 위협 요인들을 더욱 집중 분석해 나열했다. 한은은 향후 국내 경제의 성장 경로 상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글로벌 공급 차질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방역정책 전환에 따른 여건 변화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소비의 증가율이 장기평균 수준인 연간 2.4%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높은 글로벌 물가의 오름세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주요국 경제의 수요 및 비용 측면 물가 상방 압력 △공급병목 해소 지연 △임금 및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주거비 물가 오름세 △기후변화 등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 측면 역시 코로나19 고용충격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고 평가했지만, 구직단념자 등의 추가 취업가능자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완전한 회복에는 더욱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완화적 금융여건 속에서 경제주체들의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은 자산가격 상승 및 통화수요를 크게 확대시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