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땐 자산가격 조정, 부채 디레버리징 초래"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가계부채 누증 등에 따라 우리나라의 금융불균형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도 금융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외에도 세계 주요국에서도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면서 금융불균형이 가져올 경제 하방 압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하방리스크(GaR'·하위 10%, 연율)은 국내 금융취약성지수만을 고려할 때 -1.4%를 보였지만, 주요국 금융취약성지수를 추가할 때 상당폭(-3.0%) 확대됐다.
GaR이란 대내외 충격 시 발생 가능한 최대 국내총생산(GDP) 손실로, 현재 금융여건에서 발생 가능한 미래 경제성장률에 대한 분포 중 위기상황으로 가정할 수 있는 하위 10%에 해당하는 연간 성장률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실물 경제의 하방리스크 점검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금융불균형의 상황이 확대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적잖은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취약성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GaR은 지난 2018년 3분기 0.1%를 보였으나, 올해 3분기 -3.0%로 떨어졌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통화 정책의 완화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코로나19 이후 거시정책의 완화정도가 확대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국에서도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주택가격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율이 동반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하고, 금융취약성지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1분기에 6.6%(전년동기대비) 상승한 가운데 주택가격 갭(매매가격지수-장기추세치)도 지난해 4분기(1.0) 이후 플러스 상태로 확대됐다.
글로벌 가계부채도 올해 1분기 11.9%(전년동기대비) 증가했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의 경우 68.7%로 나타나 지난 2016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의 예년 평균(64.0%)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취약성지수(2020년 4분기 59.1)의 경우 지난해 말(35.9)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 같은 기간동안 △미국 46.7→63.7 △영국 4.0→16.2 △유로 3.3→29.6 △중국 54.2→87.3 등 세계의 주요국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내 금융불균형의 상황은 최근 일부 개선세를 보였으나, 과거와 비교해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 9월 이후 주택매매가격 오름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도 11월 들어 반등하는 등 투자자의 위험선호 정도가 약화됐다. 반대로 부동산시장의 경우 가격소득비율(PIR), 가격임대료비율(PRR), 차입비용(대출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표(Z스코어 지수)가 장기평균(2011년 1분기 이후, 0)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아울러 금융불균형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감안한 금융취약성지수(3분기 기준 56.4)도 지난 분기(59.2)와 비교해 낮아졌으나, 장기평균(2010년 이후, 31.3)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불균형이 급격히 조정될 경우 우리나라의 자산가격 조정 및 부채 디레버리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가계 소비 및 기업투자 위축, 수출 감소 등으로 실물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뿐만 아니라 대외의 금융불균형 누증 정도 및 속도, 재정 및 통화 정책의 변화 등 관련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