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가전업계 맞수 삼성과 LG의 협력설이 업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내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 진출을 앞둔 삼성전자가 부족한 OLED 물량을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기로 하고 구체적인 공급 물량과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한 TV를 만들기로 하고 도입 물량과 시기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규모는 약 200만대로, 기존에 받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까지 합쳐 총 700만대를 공급받을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연 3조원 규모로 점쳐진다.
삼성은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자체 QD-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별개로 LG 패널을 탑재한 OLED TV까지 출시해 세계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그간 기존 LCD 패널에 퀀텀닷(QD) 필름을 덧씌워 색 재현력을 개선한 QLED TV로 LG의 OLED TV와 경쟁해 왔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OLED 시장 진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OLED TV는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를 탑재한 TV로 생생한 색감이 특징이다. 화면 뒤쪽에 별도의 광원이 필요 없어 종잇장처럼 얇게 만들 수 있다. 1500달러 이상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 3분기 35.8%로, 매 분기 점유율이 커지고 있다. 기존 LCD(액정 표시 장치) TV를 넘어선 TV 제조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OLED TV가 프리미엄 TV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삼성 역시 서둘러 시장 확대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 QD-OLED TV 출시 목표로, 지난 11월부터 퀀텀닷(QD) 기반의 QD-OLED 패널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라인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중소형 플렉서블 OLED 양산과 대형 QD디스플레이 개발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OLED 분야에 3년간 20조~25조원을 투자하며 QD-OLED 패널 생산량을 늘릴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로선 패널 생산량 부족으로 QD-OLED TV 초기 출하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8.5세대(2200x2500mm) 원장 기준 월 3만장의 QD-OLED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55인치와 65인치 TV 약 100만대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소니와 물량 분배, 수율 등으로 고려하면 50만대 출하가 현실적이다. 삼성전자 연간 TV 출하량(5000만대)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WOLED를 조달해 OLED TV 사업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글로벌 OLED TV 패널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며 LG전자와 소니·파나소닉 등 세계 20곳의 제조사에 전량을 납품하고 있다. 삼성으로선 QD-OLED의 안정적인 수율 확보까지 장시간이 걸리는만큼 LG디스플레이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고객사 추가 확보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LG전자 역시 경쟁업체가 생기는 한편으로는 OLED TV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KB증권은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하기로 한 700만대는 LG디스플레이 연간 생산능력의 20%를 차지하는 규모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전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1년 12월 현재 삼성전자는 LGD WOLED 패널을 적용한 OLED TV 제품개발과 상품기획을 이미 완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년 상반기, 2013년 이후 9년 만에 OLED TV를 북미와 유럽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OLED TV 패널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초기 공급량은 약 200만대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내년 삼성전자의 QD-OLED TV 출시로 인해 디스플레이 공급망 다변화가 LCD에서 OLED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3년전만 해도 글로벌 LCD 디스플레이 국가별 점유율 1위가 한국이었지만 현재는 중국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이 OLED 생산능력 점유율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방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OLED 업체들에 보조금을 몰아주기로 하면서 많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에서 OLED로 생산라인을 바꾸면서 추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 모두 협력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는 상황이며, LG디스플레이 측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