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강원·제주권 소비 개선폭 커···"車 연료 등 영향"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올해 4분기 지역경제는 대부분 권역에서 전분기보다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에도 공급차질 등의 영향으로 충청·호남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제조업 생산이 전분기 수준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서비스업은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수도권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소폭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간한 '12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4분기중 제조업 생산은 수도권, 동남권, 대경(대구경북)권, 강원권, 제주권이 보합세를 보였고 충청권은 감소, 호남권은 증가를 나타냈다.
석유화학·철강 등 전방산업이 집중된 호남권은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전방산업 호조 및 비대면 활동에 따른 포장재 제품의 수요 지속과 철강 수요 회복에 영향을 받아 제조업 생산 부문에서 유일하게 증가했다.
올 3분기 홀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던 충청권은 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했지만 LCD 패널 가격 하락 및 사업구조 전환 영향을 크게 받아 감소했다. 반도체의 재고 수준이 상승했고 이차전지 등 전기장비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위축 영향도 받았다.
수도권은 의약품이 코로나19 치료제, 진단키트 및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 확대 등으로 증가했으나 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감소해 종합적으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 생산은 4분기 개선된 흐름으로 돌아섰다. 대부분의 권역에서 전분기 대비 증가한 모습을 보였으나 수도권의 경우 숙박·음식점업, 운수업 및 교육서비스업이 보합 수준을 나타내면서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동남권·충청권·호남권·대경권은 방역대책 완화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재난지원금 및 쿠폰 지급 등 소비촉진정책, 외출 확대 등에 힘입어 숙박·음식점·도소매업이 증가했다. 다만 부동산업은 주택매매·전월세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개선은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소비는 전 권역에서 전분기에 비해 증가했고 동남권, 강원권 및 제주권에서는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품목별로 보면 방역대책 완화에 따른 경제활동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신발·의복 등을 중심으로 준내구재 소비가 증가했지만 내구재·비내구재는 권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구재의 경우 강원권은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가전 판매가 떨어졌지만 승용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증가했다. 충청권은 가구·컴퓨터 등에 대한 수요 지속으로, 동남권 및 대경권은 승용차를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은 난방 가전 소비가 늘어났으나 승용차 판매 감소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비내구재는 호남권에서 신선식품·가공식품의 소비 증가세가 이어졌다. 동남권에서 차량용 연료·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제주권은 차량용 연료·농축수산물이 증가했다. 강원권은 음식료품이 감소한 반면 차량용 연료 등이 증가를 이끌었다. 수도권은 화장품 판매가 주춤했지만 의약품 판매가 상승했다.
설비투자는 제주권을 제외한 대부분 권역에서 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투자의 경우 동남·강원·제주권이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고 수도권을 비롯한 호남·대경권은 보합 수준을 보였다. 충청권은 나홀로 소폭 감소했다.
이재원 한국은행 지역협력실 지역경제팀 팀장은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서비스업이 회복세를 보였고 제조업·설비투자·건설투자 모두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각 부문이 향후에도 올해 4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2월 지역경제 동향은 지난 11월11일부터 12월8일까지 한국은행 15개 지역본부가 실시한 업체 모니터링 결과와 입수가능한 통계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오미크론 확산과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 영향은 다음 조사부터 본격 반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