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올해 국내 증시는 장기화한 코로나19 리스크와 미국발(發) 긴축 우려, 공급망 병목현상 지속으로 '용두사미' 흐름을 나타냈다. 증권가에선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뚜렷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 최고치 행진을 펼쳤지만, 이를 정점으로 감익 추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금리 상승과 증시 부진으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가 예상되면서다. 이에 디지털과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부문을 더욱 강화해 저마다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한다.
◇각가지 악재에 증시 '롤러코스팅'···"내년도 삼천피서 등락"
올해 코스피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변동성 장세를 이어나갔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 등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7월 6일 3305.21p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하반기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와 인플레이션 지속, 테이퍼링 시행 및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 영향으로 하라 반전해 11월 연중 최저치인 2839.0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12월 반도체주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삼천피'서 등락하다 2977.65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말(2873.47)과 견줘 3.63% 올랐지만, 상반기 파죽지세에 비해 밋밋한 수준이다. 코스닥은 지난 8월 연고점인 1060.00p를 기록한 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공포와 테이퍼링 가시화에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1033.98p에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진행된 경기 둔화와 연준 긴축에 대한 키워드가 내년 상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근거로 내년 1월 코스피 예상밴드를 한국투자증권은 2900~3100, KB증권은 2870~3110을 제시했다. 내년 한 해 예상밴드는 신영증권이 2770~3130으로 전망했다. '삼천피' 안팎에서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 플랫폼, 전자부품, 미디어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수를 추종하는 것보다 상승세를 주도하는 유망 업종이나 테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와 연준긴축으로 인한 불리한 환경은 올해에 이어 2022년 상반기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안은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리스탁킹(Re-stocking) 사이클보다는 과열 해소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그렇기 때문에 당장 이익이나 경기 사이클이 반등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연초에는 2022년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큰 종목을 더하고, 2021년 4분기 매출이 부진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은 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확산과 테이퍼링 가속화 등 경기와 정책이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이익 모멘텀도 점차 약해지고 있어 신년 주식시장도 여느 때처럼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나마 향후 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는 게 시장 참여자 입장에선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지수 방향성이 모호한 상태인 만큼 지수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개별 종목이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이며, 시장은 계속해서 종목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거래대금 둔화에 실적 뒷걸음···증권사, 대응 전략 고심
증권사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 행진을 펼쳤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도 3분기 만에 '1조 클럽'에 진입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기염을 토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에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호조, IB(기업금융), WM(자산관리) 등 다방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시현했다.
하지만 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 상승 추세에 더해 증시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간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에 주효했던 위탁매매 부문 감익의 뚜렷한 감익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내년 순이익 합산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5조185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추정치(6조9206억원) 대비 24.9% 감소한 수준이자, 올 3분기 누적 순이익(5조9073억원)보다도 적은 규모다.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증시가 활황이던 1분기 33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 27조1000억원, 3분기 26조3000억원으로 감소세다. 12월에는 21조원 수준으로 크게 뒷걸음했고,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되고 있다.
구경회 연구원은 "내년에도 증시 거래대금 감소 가능성이 높아, 증권업은 단기적으로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다"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브로커리지 수수료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에, IB나 WM을 잘하는 증권사가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익 전망이 잇따르고, 경영환경과 금융산업이 급변할 양상이 나타나자, 증권사들은 이에 대응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올해 말 단행한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저마다 사업 경쟁력을 확대하고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신규 팀장과 지점장 10명 중 3명을 1980년생으로 꾸리는 성과 중심 '젊은 인사'를 실시했다. 비전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발탁해 젊고 역동성 있는 방향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다. 신한금융투자는 성과가 탁월한 신임 상무보의 33.3%를 여성으로 전진 배치했다.
저마다 고객 확보와 높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디지털과 자산관리 부문에 공들인 조직개편도 눈에 띈다. NH투자증권은 리테일 부문에서 영업채널을 PB·WM·나무 등 3개로 채널로 전문화했다. 타깃 고객에 적합한 서비스와 가격 체계를 제공하고 영업역량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하나금융투자는 WM부문을 강화하고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조직을 정비하는 등 시장 상황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디지털 관련 ICT그룹을 설치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전통적 수익원으로 자리하고 있는 IB부문에 힘을 싣기 위해 관련 부서를 확충, 기능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