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양적긴축 예고 영향···"강달러 지속될 것"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원·달러환율 1200원 시대가 열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자 원·달러 환율이 1년5개월여만에 종가 기준 1200원을 돌파했다. 구체적인 환율 하락시점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지만, 연준의 정책 정상화 기조와 안전자산 선호에 영향을 받아 당분간 120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 봤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달러당 12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불리는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7월24일(1201.5원) 이후 1년5개월여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4.0원 오른 1200.9원에 출발해 개장과 동시에 12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가파르게 뛰자 외환당국도 경계감을 나타냈지만, 오후 들어 증시 낙폭이 커지면서 결국 1200원 위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원·달러환율 상승 배경에 대해 "연초 들어 미 연준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가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 대비 전체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예상보다 더 빠른 시기에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점이 주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가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날 Fed가 발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의사록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매파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5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FOMC 구성들은 "경제, 노동,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할 때 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인상하는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양적 긴축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이 환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한 양적 긴축은 달러 유동성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상·하방 요인이 모두 공존하는 것은 맞지만, 한동안 달러화의 하락 여력은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달러를 약세로 전환할 재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매파성향이 짙은 Fed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되면서 상반기까지는 주요 통화국에 비해 강세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소폭 등락이 있지만 9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3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달러 인덱스 지수가 95.7 수준 아래로 하락하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김준영 흥국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하방이 크게 막혀 있다고 전망한다. 아무래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긴축 가능성 시사 발언에 매파적인 뉘앙스가 많이 읽힌다"며 "게다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는데, 유럽 등 타 국가에 비해 미국은 오미크론 영향을 적게 받은 곳 중 하나라는 점도 영향을 미쳐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최고 1250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와 연준의 조기 긴축, 중국발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 요인들이 경제 충격으로 이어진다면 1200원대 수준에서 더 길게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1200원을 상회하더라도 1분기 중으로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재개될 시점은 무역수지가 계절적인 요인 등으로 인한 부진에서 회복하고, 주요국 인프라정책이 통과돼 글로벌 수요 모멘텀이 재개되는 시기인 1분기 중순 이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