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가계대출, 연말比 4600억 줄어든 708.5조
연말 요구불예금 잔액 전년比 80조↑, 711.8조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셈법이 달라졌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암호화폐)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은행권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물론, 가계대출 수요도 줄어든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터라 초저금리에 유행처럼 번졌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빚투(빚내서 투자)'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오미크론 확산 등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동결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으나,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금융불균형 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금리가 인상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1.25%로 돌아가게 된다. 약 2년 만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은행은 경기 회복세, 물가상승 압력 지속, 주택시장과 연계된 금융불균형 우려를 고려해 오는 14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금융시장에선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계대출 잔액의 감소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일 708조590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619억원 줄어들었다.
새해 들어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다시 설정, 대출문을 열었음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수요가 모두 감소한 것이다. 이는 대출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위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지난달 공시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최고 연 6.0%에 달한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2020년 말 3.82%에서 지난해 11월 5.12%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또 인상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과도한 빚투 역시 어려워졌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의 매파적인 움직임으로 국내 주식·가상화폐 시장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자 투자할 곳도 마땅치 않아진 모양새다. 최근 '갈 곳 잃은 돈'이 은행에 쌓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대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11조8031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4245억원 불어났다. 1년 전(631조1379억원)에 비하면 8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증가세는 그만큼 투자처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대출은 줄고, 대기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은 한동안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이어진 영끌과 빚투 현상과 대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과 가상화폐가 주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굳이 빚내서 투자할 이유도, 은행에서 돈을 뺄 이유도 없다"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은행 예금을 선호하는 안전 투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