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낮추고 자사주 매입·소각 택한 메리츠화재, 5만원 벽 넘을까
배당 낮추고 자사주 매입·소각 택한 메리츠화재, 5만원 벽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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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정책 변경···52주 신고가 경신 행진
"상승 여력 있어···성장·손해율 안정화 관건"
(사진=메리츠화재)
(사진=메리츠화재)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메리츠화재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호조·금리상승기라는 겹경사 소식에다, 배당성향을 낮추는 대신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메리츠의 주주환원 정책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 주가는 종가 기준 4만795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이날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였다. 오전 9시58분 기준으로 4만8200원까지 올라 전 거래일 대비 5.18%(2400원) 상승했다가 오후 들어 4만7000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장중 오름세는 지속됐다. 이날 코스피가 2960대를 횡보하며 전일 대비 하락 분위기를 이어간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일에도 메리츠화재는 전 거래일 대비 5.59%(2450원) 오른 4만6250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일 장중 한 때 4만86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의 최근 1년간 주가 수익률은 225.7%, 지난해 주가 상승률은 129.79%에 달한다. 코스피 연간 상승률이 3%대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주주환원 정책'이 있다. 메리츠화재를 계열사로 둔 메리츠그룹은 지난해 5월 주주환원 정책을 변경하며, 배당성향을 낮추는 대신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기존 메리츠 금융계열사의 배당성향은 약 35% 수준이었으나 이를 약 10%로 낮추겠다는 계획이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 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유통주식수가 줄고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사주 매입 후 기업은 6개월간 매도가 불가능해 최소 6개월 동안엔 해당 주식들이 묶여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가 오르면 주주에게도 자본이득 기회가 제공되는 원리다.  

그러나 당시 메리츠화재가 배당성향을 줄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본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주가도 10% 이상 하락했다. 메리츠화재는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금융주 중에서도 배당성향이 높은 편이라 배당이 줄면 매력도 감소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메리츠화재가 자기주식 취득에 적극 나서면서 상황은 반전됐고 주가는 단기간에 회복, 상승세로 돌아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험주는 주가 변동이 크지 않은 편에 속하는데, 이번 메리츠화재 주가 변동률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메리츠화재가 자사주 처분을 시작하면, 유통 주식수는 줄고 주주들이 보유한 기존 주식의 가치도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해외 다수 보험사들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매각·소각 계획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자사주 매입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주당 5만원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일단 당분간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긍정적인 분위기와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조언이 혼재한다. 메리츠그룹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주된 이유이기 때문에 장·단기적인 흐름이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비롯해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 금리상승 기조 등이 당분간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래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다.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간다면 주가 상승 기조는 일정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이은 자사주 매입의 직접적인 영향은 유통주식비율의 하락이며 장내 취득 과정에서 수급 효과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 등 모회사와 계열사가 장내 유통물량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도 지배구조와 관련한 기대감을 야기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사주 매입 지속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세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화재가 계열사로 있는 메리츠그룹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계속 이어질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 주가 전망 제시가 어렵다"며 "자사주매입 기대감이 다른 회사보다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유통되는 주식수가 적고 자사주매입 규모도 컸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정길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배당 축소를 대체할 수 있는 뚜렷한 신계약 성장 및 효율지표 개선 지속 여부가 장기적 주가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성장과 손해율 안정화가 장기적인 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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