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저축은행 대표' vs '前 행정 관가 인사'
"위기·기회 공존하는 때"···변화, 혁신 강조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임기 만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회장 역사를 보면 올해도 '당국과의 소통'에 강점이 있는 관료 출신 후보자에 민간 출신 저축은행 대표가 도전장을 던진 구도다. 단, 첫 저축은행업계 출신의 회장 탄생에 적지 않은 기대가 걸린 데에는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20일 박 회장의 임기가 마무리됨에 따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신임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및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회추위는 1~3명의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이후 선거공고를 통해 내달 17일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현재 정통 관료 출신으로는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이, 민간 출신으로는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가 회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앞서 중앙회장은 지난 22년 동안 관료 출신의 자리였다. 2000년대 이후 회장직에 오른 7명 가운데 6명이 경제관료 출신으로, 저축은행 출신 회장의 자리는 없었다. 지난 2015년 이순우 회장이 민간 출신으로 유일하게 회장직에 올랐으나, 그 역시 저축은행 경력을 거치지는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9기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은행과장·금융감독원 기업재무구조개선단 국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인사다. 회장의 역할이 당국과 업계 간 소통 및 조율에 있다면 그는 분명한 적임자 중 하나라는 평가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결국 중앙회가 해야 할 일은 회원사의 견해를 듣고 당국과 조율하며, 회원사의 처지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당국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분이 올라도 좋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당국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대표와 같이 첫 저축은행업계 출신의 중앙회장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그는 서울증권, HSBC은행을 거쳐 아주저축은행 대표이사, 아주캐피탈 대표이사, 하나저축은행 대표 등을 역임해왔다. 그는 무엇보다 현업에 대한 이해 및 업계 경험이 강점이다. 업계가 그간 이어져 온 관료 출신의 회장이 아닌, 민간 출신의 대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저축은행은 고도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자산 '100조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12조7040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무려 32.14%(27조4126억원)가 늘었다. 상위 대형저축은행 5곳(SBI·OK·페퍼·웰컴·한국투자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7263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8%(2601억원)이 늘었다. 불어난 몸집은 그들의 목소리에도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업계의 견해는 단순히 '이제는 우리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가 아닌,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 있고,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로 모였다. 보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데에는 민간 출신의 회장이 더욱 적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런 평가는 역대급 실적에도 향후 업황에 대한 불안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금리인상기 속 금융당국은 지난해보다 훨씬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한 상황이다. 저축은행별로 가계대출의 증가율은 최저 10.8%로 제한했으며, 이는 지난해(21.1%)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더욱이 일각에서 저축은행의 예대마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 전체를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카카오뱅크와 같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경쟁자 출현은 저축은행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씬파일러(금융이력·신용이 부족한 사람)와 함께 상환능력이 높은 중·저신용자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중저신용자는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군 중 하나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은 생존경쟁에 있어 필수 과제지만, 타 업권보다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비용 문제도 있지만, 타 업권 대비 부각되는 부정적 이미지 탈피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앙회장의 출신이 어디냐 평가를 하기에 앞서 과거 회장은 대부분 관에서 역임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좋고 나쁘다를 평가하기가 어렵다"며 "출신에 따라 장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엔 관 출신의 인물보다 현업을 경험한 분의 장점이 더욱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때라면 민간 출신의 중앙회장이 업계 변화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다만, 당국 규제를 받는 입장에서 규제를 풀어나가는 경험에 있어 관가 출신 역시 장점이 있다. 더욱이 79곳에 달하는 회사들이 각각 한 표씩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욱 우세한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