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D-1···"연준, 긴축 발작에도 물러날 곳 없다"
3월 인상 신호, 과잉긴축에 대한 연준의 입장 '주목'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두고 예상보다 더욱 강경한 수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신호가 감지되자 세계 금융시장이 연일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곧 발표될 연준의 금리 결정이 이같은 시장의 긴축 '발작(탠트럼)'에도, 매파적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5~26일 양일간 논의된 정례회의 결과를 오는 27일 새벽(한국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연준은 지난해 마지막 12월 FOMC를 통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가속화해 올해 3월 마무리하는 한편, 연내 기준금리 인상(3회)을 예고했다.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등 연준 주요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자산매입 축소와 금리인상은 물론 양적긴축(QT) 카드까지 꺼내 들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당시만 하더라도 연준의 긴축 기조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충격이 확대되고 있었음에도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는 언급 정도만 시사했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선 오는 2023년께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11월 들어 테이퍼링 조기 종료를 시사한 것은 물론, 첫 금리인상 시기도 빠르게 앞당겨지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경제가 더 이상 공격적인 부양책의 도움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강력한 매파 발언에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3개월 만에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서 매파로 변모한 연준의 행보에 세계 금융시장은 연일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의 경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66.77p(0.19%) 하락한 3만4297.73으로 거래를 마쳤으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3.68p(1.22%) 밀린 4356.45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 새 지난해 상승폭을 반절 반납한 나스닥지수 역시 315.83p(2.28%) 떨어진 1만3539.29로 마감했다.
이런 공포는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 확대 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충격을 가했다. 전날 코스피는 2720.39에 장을 마감했으며, 13개월 만에 2800선이 붕괴된 24일(2792.00)보다 71.61p 내렸다. 기관과 외인의 쌍끌이 매도세에 2700선을 위협받고 있으며, 코스닥도 약 1년10개월 만에 900선 밑으로 내렸다. 환율도 1198.6원까지 치솟아 1200원을 목전에 두고 마감했다. 이날 증시와 환율이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공포감은 여전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연준의 매파적 메시지가 단기간 내 집중되다보니 시장의 변동 흐름이 매우 강해졌다는 것이다. 대개 금리 결정과 같은 빅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시장은 관망세를 나타내고, 긴축 발작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완화된 메시지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첫 FOMC를 앞둔 시장의 반응과 연준 결정에 대한 전망은 사뭇 다른 모양새다.
시장 예상보다 긴축 속도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궤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중앙은행과 시장의 기대가 상이할 경우 시장에 미칠 충격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연준이 긴축 우려를 확인하고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노력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보다는 추가적인 긴축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앞서고 있다.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단기금리 전략 책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연준이 '비둘기'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 4번 금리 인상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신호를 내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주식 전략가는 하루 앞서 "이번 FOMC 회의에서는 증시를 안심시킬 만한 의미있는 재료는 없을 것"이라면서 "연준이 긴축 과정을 중단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약해지지 않았다.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은행권 외환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 글로벌 긴축 흐름으로 접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문제는 긴축 속도에 따른 것"이라며 "시장에서 긴축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큰 충격 없이 선반영하고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강한 긴축 재료인 QT까지 꺼내든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라면서 "시기를 여유롭게 잡고 메시지를 꺼내들었어야 했는데, 한꺼번에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시장의 발작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FOMC에선 1월 인상 가능성보다 3월 금리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신호를 내비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3월 금리인상 50bp 인상 가능성, 양적 긴축의 속도·시작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과잉(오버킬) 긴축에 대한 연준의 입장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준영 흥국생명 연구원은 "올해 가장 중요한 FOMC이며, 기자회견의 중요성이 여실하게 드러날 FOMC가 될 것"이라면서 "금리인상 횟수에 대해 각기 다른 전망이 제기되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편차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이번 FOMC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시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